[밀물썰물] “사람 해칠 개인가?”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반려견에게 물려 다치거나 목숨까지 잃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남에서 80대 여성이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에게 물려 사망한데 이어 올해도 강원도 거주 60대 여성이 대형견에 물려 부상을 입었다. 특히 적법한 허가 등 절차를 밟지 않은 채 맹견을 사육하는 경우가 많아 유사 사고 우려가 상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맹견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다른 동물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를 일컫는다. 동물보호법은 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과 그 품종의 잡종견을 맹견으로 지정했다. 법정 맹견이 아니더라도 공격성이 높을 경우 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다. 법정 맹견들의 경우 사육 허가를 받는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법정 맹견 품종들은 동물보호법 제18조가 규정한 기질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맹견 사고가 끊이지 않자 시민 안전 보장을 위해 2024년 4월 도입된 맹견 사육허가제에 따른 조치의 일환이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10월 26일까지였던 맹견 사육허가제 시행을 위한 1년간의 계도 기간은 올해 말까지로 연장됐다. 절차가 복잡해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의무화된 맹견 중성화 수술에 대한 반발은 물론 견주의 경제적 부담도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맹견 소유자는 늦어도 올해 안으로 맹견 기질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공격성과 통제 가능성 등을 검토하는 맹견 기질 평가는 수의사와 반려동물 행동지도사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질 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한다. 위원회는 평가 대상 맹견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갑자기 발생한 소음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사람을 해칠 가능성 여부를 분석한다. 맹견이 기질 평가를 통과해야 견주는 사육 허가증을 받을 수 있다.

사후 조치도 엄격하다. 허가 후에도 견주는 매년 3시간 과정의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맹견과 외출할 때는 반드시 입마개를 착용케 하는 등 안전 수칙도 지켜야 한다. 계도 기간 뒤 사육 허가 없이 맹견을 기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맹견 사육허가제와 맹견 기질 평가는 안전한 반려견 문화 정착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법정 맹견뿐만 아니라 공격성이 높거나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전력이 있는 ‘맹견 아닌 개’에 대한 기질 평가도 한층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