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항공사 기장 살해’ 피의자, 사이코패스 아닌 ‘피해망상’에 무게
법원, 도주 우려에 구속 영장 발부
택배 기사 위장 등 치밀하게 계획
사이코패스 진단 결과 점수는 미달
경찰서로 압송되는 항공사 기장 살해 피의자. 연합뉴스
부산에서 현직 항공사 기장을 살해하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과 경남 창원에서도 같은 항공사 소속 기장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50대 전직 부기장이 구속됐다. 그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지만, 사이코패스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A 씨가 평소 공황장애와 피해망상 증상을 보인 정황을 파악하고, 해당 증상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부산지방법원(영장전담 판사 엄지아)은 지난 20일 살인 혐의를 받는 전직 부기장 50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은 A 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께 부산진구 한 아파트에서 모 항공사 소속 50대 기장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입건됐다. A 씨는 B 씨를 살해한 이후에도 경남 창원으로 이동해 같은 항공사 소속 기장 C 씨도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경찰은 A 씨가 B 씨를 살해하기 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 주거지에서도 또 다른 기장 D 씨를 습격해 도구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으나 실패한 사실도 확인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4명을 살해하기 위해 3년간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3년 동안 범행 대상자 4명을 미행하며 자택 주소를 알아냈다. 그는 범행 직전 6개월 동안 택배 기사로 위장해 이들의 자택을 드나들기도 했다. 각 세대 초인종을 누르고, 세대 거주자에게 이곳이 범행 대상자가 거주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수법으로 상세 주소를 알아냈다.
범행 수법에서도 치밀한 준비 정황이 확인된다. A 씨는 고양 일산 피해자 C 씨를 살해하려 시도한 지난 16일, C 씨 자택 엘리베이터 출입문에 ‘고장’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C 씨가 비상계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다. A 씨는 복면을 쓴 채 비상계단에서 기다렸다가, C 씨가 계단으로 이동하자 뒤에서 습격했다.
경찰은 A 씨를 대상으로 사이코패스 진단평가(PCL-R)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A 씨는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보다는 밑도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코패스 진단평가는 범죄 분석관이 피의자 면담 등 관련 수사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점수로 수치화해 사이코패스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20개 문항에 40점 만점이며, 25점 이상일 경우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경찰은 평소 A 씨가 공황장애와 피해망상 증상을 보인 정황을 파악했다.
한편 경찰은 이주 초 신상정보 공개 위원회를 열고 A 씨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