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특별한 안경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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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예진 작가 그림책 <자란다>의 한 장면. 그림책을 통해 우리는 상상력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노란상상 제공 심예진 작가 그림책 <자란다>의 한 장면. 그림책을 통해 우리는 상상력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 노란상상 제공

“안경을 쓰면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게 보인단다.” 세상에 그렇게 특별한 안경이 진짜 있을까?

핌 판 헤스트가 쓰고 닌케 탈스마가 그린 <안경을 쓰면>(책과콩나무)의 주인공은 의사에게서 안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속상한 아이에게 안경점 주인은 안경을 쓰면 아주 특별한 것들이 보인다고 말한다. 1주일 뒤 완성된 안경을 쓰니 책상 아래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안경점 주인이 잃어버렸던 결혼반지를 ‘안경 쓴 주인공’이 찾아냈다. 나무 위 비둘기, 저 멀리 가게 간판, 땅을 기어가는 개미까지 예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매일 보던 구름마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니 주인공에게 새 세상이 열린다.

안경을 벗어도 새로운 것이 보인다. 레오 티머스 작가의 <뭐가 보이니?>(그린북)는 머리 위에 안경을 올려두고 깜빡한 곰 이야기다. 안경을 쓰지 않은 곰의 눈에 나무는 ‘사슴’, 풀숲은 ‘악어’, 바위는 ‘코끼리’로 보인다. 친구인 기린이 머리 위 안경을 찾아주자, 곰은 자신이 본 동물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체 악어가 어디 있다는 거야?” 기린의 질문에 곰은 안경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며 안경을 벗는다. 그러니 눈앞에 없는 새로운 동물이 다시 보인다.

안경을 써야 보이는 것이 있고, 안경을 벗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내가 알던 세상과 다른 것을 보게 된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은 안경과 비슷하다. 그림책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잊고 있던 가치를 발견한다.

심예진 작가의 그림책 <자란다>(노란상상)에서 여기에 딱 맞는 장면을 찾았다. 어린이가 안경을 쓰고 즐겁게 독서하는 모습(그림)이다. <자란다>는 일상에서 한 뼘씩 자라고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여준다. 공동 현관 숫자판에 드디어 손이 닿은 날, 보조 바퀴를 떼고 자전거 타기에 성공한 날,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 먹은 날 등 평범하게 보이는 하루에도 성장의 순간이 있다. 아이와 어른 모두 ‘특별한 안경’ 같은 그림책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면 좋겠다. 그 소중한 순간을 선물하는 그림책 세상에 감사를 전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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