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두릅 순은 몇 번 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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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권(1970~)

두 번만 꺾는 거다

더 꺾으면 힘이 다해 나무가 죽고 만다

한번 순 내기도 어려운 일인데

나오는 대로 뚝뚝 꺾어버리면

나무도 버티질 못한다

아무리 말이 없는 나무라지만

속에선 이렇게 피가 도는 법이다

사람도 좋다고 자꾸 잎사귀 내미는 대로

꺾어버리면 끝내 못 견디고 네게서 죽는 거란다

목마른 뿌리에 물도 주고 거름도 얹어라

그래 그 그늘 무성해졌을 때

그 아래 쉬었다 가는 거란다

-시집 〈그림자놀이 하던 날은 가고〉 (2026) 중에서

두릅은 봄철에 입맛을 돋워주는 산나물 중 하나입니다. 피로 해소나 노화 방지, 감기 예방을 위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영양소가 풍부하다 합니다.

이 시는 이제 막 가지에 오른 어린 순을 몸에 좋다고 나오는대로 꺾는다면 나무가 버티질 못한단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두릅에서 시작된 시는 사람에 대한 태도로 확장됩니다. 새순 같은 희망이나 이제 막 꿈틀거리는 꿈들을 꺾어버리는 실수가 사람들 사이에서도 왕왕 있다는 것을 각성하게 합니다.

가꾼다는 것, 보살핀다는 것은 살린다는 것입니다. 피가 돌고 있는 나무, 언젠가 생명에 대한 이런 작은 태도들이 무성한 잎으로 자라났을 때 우린 그 그늘 아래서 쉬었다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것에 욕심내지 않고 조금 멀리 내다보는 안목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신정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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