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도 못 할 후보는 출마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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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사)ESG시민운동본부 이사장/신라대 기업경영학과 교수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도시를 바꾸겠다는 비전,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는 선언까지 공약도 화려하다. 그러나 필자는 출마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를 공약할 수 있는가?” 이 작은 실천조차 확답하지 못하는 후보가 우리 지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호언장담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지구는 지금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폭염과 홍수, 해수면 상승은 더 이상 먼 미래에 일어날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상이 된 재난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서면 기후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단계(Tipping Point)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시대에 정치와 행정이 보여줄 리더십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생활 속 실천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공공기관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다.

ESG 시대는 단순한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사회 질서를 의미한다. 지방정부 역시 단순한 행정기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청사 안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행정이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시민의 동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산광역시는 ‘ESG 시민운동 지원 조례’를 제정하며 시민과 행정이 함께 실천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ESG 시민운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변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생활 속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부산의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전 직원 ESG 교육과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자발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특정 기관에 머물지 않고 모든 공공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이 먼저 변할 때 시민의 행동 변화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사실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는 막대한 예산이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정책적 의지와 조직의 결단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행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기관이 ‘불편함’이나 ‘민원인 예외’를 이유로 시행을 주저한다. 말로만 ESG를 외치고 실제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만적인 ‘ESG 워싱’에 불과하다.

이제 행정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청사에서 일회용품을 퇴출하는 일은 단순한 규칙을 넘어선 상징적 정책이다. 이는 행정이 기후위기를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시민에게 요구하기에 앞서 스스로 실천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실제로 정부 국무회의에서는 다회용 컵 사용이 정착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지자체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청사 하나 바꾸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도시 전체를 바꿀 수 있겠는가.

이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회용품 남용과 기후위기의 비용은 결국 다음 세대가 짊어질 몫이다. 지금의 편의를 위해 환경 부채를 떠넘기는 것은 행정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 의식의 문제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정당의 공천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의 후보자 평가에는 ESG 실천 의지가 포함돼야 한다. 청사 내 일회용품 금지를 약속하고 실행할 의지가 있는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것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 기준이다.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당선 시 청사 내 일회용품 반입 금지를 시행하겠는가?”라는 질문이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이는 후보의 환경 인식과 행정 철학을 검증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이제 유권자도 후보들에게 물어야 한다. “당신은 말로만 ESG를 하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가.” 작은 실천이 도시의 문화를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공공청사 내 일회용품조차 금지하지 못 할 후보라면 출마를 고민하기 전에 자신의 주변과 일상부터 돌아보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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