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강도시 부산에 필요한 예술은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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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롬 인제대 교수 건강사회복지연대 운영위원

부산 영도구 봉래동 수도의원 노동현 원장이 환자 60대 김 모 씨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 영도구 봉래동 수도의원 노동현 원장이 환자 60대 김 모 씨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의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다고 이야기하면, 흔한 대답이 돌아온다. “노인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요?” 인구 숫자 대비 사망하는 사람의 수의 비율을 뜻하는 조사망률(crude mortality)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 말이 맞다. 하지만 〈부산일보〉가 2013년 ‘건강 최악 도시 부산’, 2026년 ‘함께 넘자 80세 허들’ 연재를 통해 꾸준히 지적해 온 부산의 나쁜 건강은 고령화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간 건강 수준을 비교할 때는 나이 구성처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결과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보다 더 고민스러운 건 부산 안에서 지역별로 건강의 격차가 크다고 말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다. 설명을 한참 하다 보면 “집값 비싸고 잘 사는 동네의 돈 많은 이들이 오래 살고, 빈집 많고 빈곤한 동네의 사람들이 더 빨리 아프고 더 일찍 죽는 걸 어떡하자는 거냐”라는 진심이 은근슬쩍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망률 높고 지역별 건강 격차 커

빈곤과 건강 불평등 일치는 편견

마을건강센터 공동체 돌봄의 모범

주민 건강 위해 공적 자원 집중해야

생활고로 잃은 삶의 다채로움 회복

하지만 건강 불평등을 연구해 온 석학들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반드시 건강의 불평등으로 이어져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빈곤 수준이 비슷한 탈산업화 항구도시인 영국의 글래스고와 리버풀을 비교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두 도시는 소득 분포가 거의 같다. 하지만 65세가 되기 전에 죽는 사람의 비율은 글래스고에서 30%나 더 많았다. 연구자들은 그 원인을 빈곤 자체가 아니라 빈곤에 대응해 온 도시의 정책과 공동체의 차이에서 찾는다.

‘함께 넘자 80세 허들’ 기획 연재는 부산 안에서도 기대여명이 줄어드는 생활권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살러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과 죽는 사람이 더 많아 인구는 줄고, 집은 낡아가는 지역에 편하게 찾을 동네 병의원이 유지되기 어렵다. 주민들이 만나 어울릴 공간도 같이 줄어드니 이웃 간에 관계를 만들기도 어렵다. 영도 봉래동 수도의원에서 주민들을 매일 만나는 노동현 원장은 이런 지역 주민들이 ‘초간단 생활’을 한다고 표현한다. 활기를 잃고, 집 밖을 나가지 않고, 고립되어 기력을 잃은 삶이다.

부산 내에도 여전히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생활권이 있지만, 기대수명이 역주행하는 생활권도 있다. 그런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시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개인의 생각이야 각자 다양하겠지만, 불평등을 확인한 지방정부마저 손 놓고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수명이 줄어드는 지역들에 건강을 위한 공적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누적된 생활고로 잃어버린 삶의 다채로움을 되찾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부산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비어가는 마을에서 돌봄의 관계를 조성하는 일을 목표로 하는 보기 드문 공공기관이 있다. ‘부산광역시 건강 형평성 실현을 위한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마을건강센터다. 마을건강센터는 건강 상담과 노쇠 관리 같은 서비스도 제공하지만, 무엇보다 마을 단위에서 주민들이 건강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활동할 수 있게끔 돕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영국의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 올해부터 시행될 통합돌봄의 지향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활약을 기대하기엔 마을건강센터의 사정이 좋지 않다. 민선 8기 부산시정은 마을건강센터를 2026년 110개까지 늘리겠다는 공약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어겼다. 2025년 부산시가 63개의 마을건강센터에 배정한 예산은 총 20억 원 정도로, 부산시가 매해 불꽃축제에 들이는 돈보다도 적다.

“예산이 부족하다”라는 부산에는 조만간 퐁피두미술관 부산 분관이 건립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퐁피두센터에 브랜드 사용료로만 400만 유로, 약 65억 원을 매년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기대수명이 역주행 중인 아미충무 생활권에 거주하는 주민 중에 퐁피두미술관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프랑스로 보낼 65억을 마을건강센터에서 쓴다면, 인구가 줄어드는 부산의 마을들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

벚꽃 피는 봄, 마을건강센터에서 홀로 사는 노년의 주민들에게 시민공원으로 소풍을 갔다가 미술관에 들러 사진을 찍어오라는 사회적 처방을 내고 싶다. 마을엔 돌봄협동조합이 만들어져 돌봄 일자리가 생기고, 마을 공동급식에서 내어놓을 반찬을 두고 와글와글 활기가 도는 모습도. 이쪽이 더 예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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