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열을 품은 도시, 식지 않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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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콘크리트 등 낮에 축적된 에너지 저장
기온 상승·일교차 감소로 열대야 빈번
녹지화 계획 통해 야간 냉각 회복해야

지난해 역대급 폭염으로 인해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가축 폐사와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해는 그 더위의 기세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예보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이제 4월만 되어도 초여름 못지않은 가마솥더위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녹지가 풍부한 농어촌보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 훨씬 가혹하게 나타난다. 이는 도시가 주변 교외 지역에 비해 기온이 수도 이상 높게 유지되는 ‘도시열섬’ 현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태양열을 거침없이 흡수하는 아스팔트 도로와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은 낮에 축적한 열기를 밤새도록 뿜어내며 도심을 거대한 열기 보관소로 만든다. 여기에 자동차와 에어컨 실외기 등에서 쏟아지는 인공 열까지 가세하면서, 도시의 기온은 식을 줄 모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결과적으로 시골 지역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폭염 경보가 발령되고 열대야가 길어지는 환경은 도시민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도시가 기후 위기 시대의 가장 위험한 열의 사각지대가 되는 것이다.

도시열섬 현상의 진정한 위협은 해가 진 뒤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낮 동안에는 도시와 교외 지역의 온도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밤이 되면 대지는 급격히 냉각되는 시골과 달리, 온종일 태양열을 머금은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들은 축적된 열기를 서서히 내뿜으며 기온 하락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고착화되면서 도시는 거대한 열 저장고가 된다.

도시열섬의 본질적인 차이는 지표면의 물리적 성질, 즉 ‘열용량’(Heat Capacity)에 있다. 시골의 흙과 나무는 열을 금방 내뱉지만, 도시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낮 동안 받은 거대한 에너지를 내부 깊숙이 저장한다. 이로 인해 밤이 되어도 도시는 식지 못하고 야간 열섬 현상을 일으킨다. 즉, 도시는 열을 잠시 머물다 가게 하는 곳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열 보유 능력을 스스로 키워버린 상태다. 즉, 낮과 밤의 기온차가 줄어들면서 낮에는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지고 밤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도시는 낮은 알베도(반사율)와 복잡한 건물 구조(어두운 표면)로 인해 태양 에너지를 튕겨내지 않고 그대로 흡수한다. 결과적으로 지표면이 받아들이는 전체적인 열의 양 자체가 시골보다 훨씬 많아진다. 자동차, 에어컨 등에서 발생하는 인공 열까지 더해지면서 도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열과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이 모두 늘어나는 이중의 가열 상태에 놓인다.

도시열섬 현상의 본질은 두 가지 물리적 변화가 결합한 결과다. 먼저, 도시가 시골보다 더 많은 ‘열속’(Heat Flux)을 받아들인다는 점은 도시 전체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근본 원인이 된다. 여기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지표면의 열용량 증가가 더해지면, 낮 동안 축적된 방대한 에너지가 밤사이 천천히 방출되면서 낮과 밤의 기온 차(일교차)를 현저히 감소시킨다. 이 두 기제가 맞물리며 낮에는 주변 시골과 기온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밤이 되면 냉각이 저지되는 도시 특유의 구조 때문에 두 지역 간 온도 격차는 본격적으로 벌어진다. 결국 전체적인 기온 상승과 일교차 감소라는 이중주가 도시에서 열대야를 훨씬 빈번하고 가혹하게 만든다.

이러한 물리적 메커니즘은 실제 기온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대도시인 서울과 근처 상대적으로 시골인 양평의 기온 변화는 일변화와 장기 추세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낮 동안에는 두 지역의 최고기온 차이가 비교적 크지 않지만, 밤에는 서울의 기온이 양평보다 유의하게 높게 유지되어 도시-농촌 간 기온 차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1970~80년대 서울의 급격한 도시화 시기에 두 지역 간 야간 기온 차가 크게 확대되었으며, 이후 양평 지역 역시 점차 기온이 상승하면서 서울과의 차이 증가 폭은 다소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전 지구적 온난화와 도시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에서 열대야의 심화는 이미 시작된 현재의 과제이다. 특히 다가오는 올해 여름 역시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폭염 취약계층 보호, 냉방 인프라 점검, 도시 열지도 기반의 대응 체계 강화와 같은 실질적 준비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도시의 열용량을 줄이는 구조적 전환을 병행해야 한다. 공원과 도시 숲 확대, 가로수 식재, 옥상·벽면 녹화 등 녹지화를 포함한 도시계획을 통해 열 저장을 줄이고 야간 냉각을 회복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뜨거워진 도시의 밤을 완화하기 위한 준비는 지금 이 순간 정책과 설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것이 올여름을 넘어 미래의 여름을 견디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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