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철의 정가 뒷담화] 엄흥도와 노무현의 의리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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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후반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하는 엄흥도의 모습을 보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이는 서슬 퍼런 권력에 굴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의리가 지금의 국민들에게 많은 울림을 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리는 ‘인간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리’임에도 불구, 작금의 시대에선 이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다수로 보인다. 특히 대한민국 정치라는 영역에서는 일찍이 실종된 상태다. 어쩌면 이제는 같은 진영 내에서도 의리를 지키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최근 부산에서는 ‘정치적 의리’보다 ‘정치적 실리’를 지키는 달라진(?) 지역 정치 문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달 말 부산에서 현 정권의 핵심 인사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대통령의 측근이자 분신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니 사실 정치 고관여층이 아니더라도 알법한 인물이다. 우연찮게도 같은 날 불과 한 시간 전 지역에서 오랜 기간 정치적 기반을 닦아온 한 여권 인사의 출판기념회가 있었다. 물리적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어느 한 곳을 선택하는 것아 불가피했다는 점을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함께 동지로 활동하고 있는 여권 인사들은 이재명 정권의 실세보다는 지역 인사에 힘을 실었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이 사실이 머쓱했는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인사는 이러한 작태를 비판한 여권 지지자의 게시물에 ‘에구 제가 민폐를 끼쳤군요, 건승을 기원합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정도는 양반이다. ‘본선보다 지저분한 싸움이 벌어지는 게 경선’이라는 이야기가 있듯, 6·3 지방선거 본선행 티켓을 둘러싸고 이젠 상대 후보의 확인되지 않은 과거 가족 관계를 공세 소재로 삼는다. 폭행으로 이혼을 했니, 양육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니 등등의 아주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문제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유권자들에 있어 이러한 것들이 공직자의 검증 잣대가 될 수 있겠지만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인 영역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 나르는 그 방법은 의리를 저버린 것이다.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국민들에게 가장 호감 받는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 그리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점은 민주당 지지 여부와 별개로 많은 이들에 안타까움을 낳는다. 정계에 입문도 하기 전부터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고자 한다. “의리 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사람 대접을 받고 싶으면 의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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