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패러다임 바꿀 통합 돌봄, 인력·조직 없이 불안한 첫발
돌봄통합지원법 내달 27일 시행
지자체서 의료·요양 통합 관리
시행 한 달 앞두고 준비 태부족
국비 받고도 인력 100명 미채용
지자체 50% 부담 예산 못 구해
사상·영도구만 통합돌봄과 신설
다음 달 고령 환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지만 부산의 경우 전담 인력 채용이 늘어난 인건비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부산 남구 한 요양병원에서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노긴 교구 지도사의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의료와 돌봄, 요양이 분리된 기존 제도를 보완해 복지 체계의 틀을 획기적으로 바꾼 돌봄통합지원법이 내달 시행된다. 법 시행이 코앞이지만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전담 인력을 채용하지 않거나 행정 조직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 부산은 300명이 넘는 전담 인력 예산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았으나, 실제 채용은 200여 명에 불과해 통합 돌봄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음 달 27일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으로 각 지자체 의료·요양 등 보건 서비스가 통합 운영된다. 법이 시행되면 각 지자체는 재가급여 수급자와 65세 이상 병원 퇴원 환자, 장애인 등에 대한 각종 의료 서비스를 한 번에 연계한다. 요양 병원과 재택 의료, 방문 건강 관리 등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신청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자체가 환자 개인을 통합 판정해 결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법 시행에 따른 신규 전담 인력 채용을 위해 부산시 공무원 344명분 기준의 인건비로 올해 상반기 13억 6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가 지난 9일 발표한 신규 공무원 채용 계획은 9급 사회복지직 176명, 간호직 69명으로 총 245명이다. 늘어난 인건비보다 약 100명 부족하다.
정부의 예산 지원에도 신규 채용이 적은 이유로 시와 구·군은 예산 부족을 꼽는다.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한 통합 돌봄 전담 인력의 임금은 국비 50%만 지원해 나머지 임금은 시와 구·군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부산 지역 특성상 전담 인력을 더 채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돌봄 관련 업무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력이 적절히 충원되지 않으면 업무 가중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지역 사회복지직 공무원들로 구성된 부산사회복지행정연구회 관계자는 “전담 인력을 더 뽑으라고 인건비를 늘려줬는데 인원을 적게 선발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다”며 “향후 아동 등까지 통합 돌봄 체계가 확대되면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피로 누적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책 실행을 위해 시는 25일 전담 부서인 ‘돌봄복지과’를 신설하고 각 구·군도 전담 부서를 조직한다. 하지만 구·군별 통합 돌봄 전담 부서가 전문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 시행에 맞춰 신설된 부산 지역 16개 구·군 전담 부서 중 사상구와 영도구 2곳만 ‘통합돌봄과’로 출범했다. 나머지 14곳은 모두 팀 단위다. 부서장이 사회복지직인 곳도 6개 구에 그쳤다.
부산시 ‘돌봄복지과’의 경우 과장은 사회복지직이지만 돌봄복지과 소속 3개 팀장 모두 행정직이다. 반면 서울시, 광주시 등 특별·광역시들은 실무 부서인 돌봄팀장에 사회복지직을 배치했다. 인천시는 과장과 2개 팀장이 사회복지직이다.
시민단체에서도 현장 전문성을 갖춘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의료와 복지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는 통합 돌봄 특성상 지역사회 현장과 의료 서비스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건강사회복지연대 이성환 사무처장은 “빠르게 인원 배치를 해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도 있었을 것이다”면서도 “실제 통합 돌봄을 관리하는 부서는 현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배치되도록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