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의사소통 센터 조성” 목소리, 7년 넘게 메아리만…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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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부산시 설치 조례 불구
예산 부족 등 이유 조성 ‘하세월’
시, 체험관 위탁 통해 대체 운영
“장애인 교육 등 전담 기구 필요”

지난달 27일 부산시청 앞에서 장애인 의사소통권리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김동우 기자 friend@ 지난달 27일 부산시청 앞에서 장애인 의사소통권리 조례 개정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김동우 기자 friend@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의사소통권리센터(이하 센터)가 관련 조례가 시행된 지 7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장애인 단체는 부산시를 상대로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촉구한다.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2019년 1월 ‘부산시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시행됐다. 이 조례는 “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증진을 위해 장애인의사소통권리센터(이하 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지만, 현재까지도 센터는 조성되지 않았다.

센터는 장애인 의사소통 수단의 개발과 보급,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 등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방문하면 장애 유형과 상황에 따른 맞춤형 보조 기기를 추천받을 수 있고, 사용법도 배울 수 있다. 조사와 인식 개선, 자조 모임 등 평등한 의사소통 여건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도 추진한다. 앞서 2020년 서울 영등포구에 전국 최초로 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뇌병변 장애인 단체 등을 중심으로 센터 건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장애인도 교육과 정치,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 평등하게 접근하려면 의사소통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한 지원 기반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보건복지부 복지로 사회보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시의 등록 장애인인 17만 3871명이다. 이 가운데 일상적 의사소통에 제약이 따르는 장애인은 8만 2122명이다. 등록 장애인의 절반 가까이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는 부족한 예산 탓에 당장 센터 건립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대신해 2021년부터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 체험관을 연제구에 있는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위탁 사업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란 문자·그림 의사소통판이나 음성 출력기 등 의사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도구다. 루게릭병으로 투병했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사용했던 음성 합성 장치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체험관 운영이 센터를 대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영아 함세상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조례 제정이 수년이 지났지만 부산시는 ‘체험관 운영’이라는 공급자 중심의 의사소통기기 체험 서비스 제공에만 머물러 있다”며 “장애인의 자조 모임과 교육 지원 등 의사소통 기반 구축을 위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려면 전담 기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시는 향후 센터 설립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장애인 의사소통 권리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이뤄지던 사업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보호자 교육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산 편성액(9000만 원)이 기존 체험관 운영(8000만 원)에서 크게 증액되지 않았고, 사업 내용도 유사해 역부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예산 확보가 충분하지 않아 계획대로 사업을 대폭 확대하지는 못 했다”며 “이번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향후 독립된 센터 운영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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