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연의 도시 공감] 생활도시, 도시자원의 연결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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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컬바이로컬 대표

며칠 전 강원도 정선을 다녀왔다. 하루 만에 부산에서 정선을 가는 방법을 찾아보니 그곳으로 가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부산-영천-안동-태백-정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버스가 없고 자가운전을 해도 6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였다. 그러던 중 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부전역에서 청량리로 가는 열차로 타고 제천에서 내린 뒤 렌트카를 빌려 1시간 정도를 가는 것이 가장 단거리로 편하게 정선으로 갈 수 있는 길이었다. 하루 만에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부전역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은 부전역은 활기찼다. 큰 캐리어를 끌거나 보드와 자전거를 들고 타는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부전역은 마산, 순천 방향의 경전선과 강릉까지 가는 동해선, 그리고 중앙선 등 부산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강원도를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 공간이다. 기차를 타고 생각해보니 부산도시철도 1호선과 바로 연결되고,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는 부전시장, 넓은 부산시민공원 내 문화시설 등 걸어서 갈 수 있는 범위 내에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들이 이미 구축되어 있었다. 교통을 중심으로 도시 공간을 연결하고 대부분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공간이 만들어진 도시, 부전역 주변이 바로 생활도시(Compact Life city) 개념에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전역 주변 단일 동선으로 묶는

문화·자연·경제 기능 통합 설계로

기존 공간 더 알차게 쓰는 전략을

최근 일본 오사카의 ‘그랜드 그린 오사카’라는 사업이 마무리 되었다. ‘그랜드 그린 오사카’는 JR 오사카역 북측 ‘우메키타’ 지역에 조성된 대규모 도심 복합 개발 지구이다. ‘공원 안에 도시를 만든다’는 기치 아래 랜드스케이프 퍼스트(Landscape-First: 공원이 도시의 동선과 기능을 결정하는 중추 역할) 접근법으로 공간을 구축했다. 그린의 의미도 단순한 컬러가 아닌 혁신과 교류의 매개체로 정의하여 공간 구성을 진행하였다. 인상 깊었던 것은 건물 사이에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공원을 먼저 설계하고 그 주변에 도시 기능을 배치한 것이다. 우메키타 공원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압도적인 규모의 녹지 공간으로, 분수와 잔디 광장이 있어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그 외 라이프스타일 매장, 미식 공간인 ‘타임아웃 마켓 오사카’ 등이 입점해 있으며 문화 및 혁신 공간으로 컨퍼런스 홀, 기업 연수 시설, 혁신 플랫폼인 ‘JAM BASE’ 등이 포함되어 비즈니스와 문화가 융합된 공간을 제공하는 일명 생활도시 개념이 도입된 사례이다. 오사카처럼 정돈된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부전역 주변은 이미 완성된 ‘부산형 그랜드 그린 오사카’와 같은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전국 교통망까지 확보하고 있으니 새롭게 조성하지 않고도 부산 생활도시의 모습이 구축된 셈이다. ‘그랜드 그린 오사카’가 역세권 부지를 고밀도로 개발하여 15분 거리 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안으로 응축하는 전략’을 세웠다면 부전역은 ‘밖으로 연결하는 전략’까지 가능한 장소인 것이다.

이러한 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교통, 공원, 문화시설, 전통시장 등 점처럼 되어 있는 주변부를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이미 구축된 개별 거점시설들의 끊어진 도로 기능을 선형적으로 연결할 방법을 우선적으로 정립하였으면 한다. 이를 기반으로 문화, 자연, 경제 기능을 통합적으로 계획하는 방안을 기대한다. 앞으로 부산시가 복합환승센터 계획을 준비 중에 있으니 교통연결망과 보행권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미 구축된 거점공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길 바란다.

더불어 부전시장의 역사성과 고유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방문객을 유인하는 다각적인 준비 작업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아마도 기존의 고객이 아닌 외부 방문객이 많아짐에 따라 다양안 소비자 패턴에 적응 가능한 상권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전시장은 오래전 부산 근교에서 농·수·축산물을 싣고 온 보따리장수들이 새벽을 열던 곳, 명태 대가리 골목 등 오래된 노포가 있는 곳에서 SNS를 통해 유명세를 얻고 있는 명란김밥, 부전떡갈비 등이 즐비한 곳으로 이미 바뀌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장소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변화를 통해 시장이 도시 발전소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부전시장의 가치를 알아본 창업자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실험을 하는 장소로, 다양한 창작가들이 협업하는 장소로 확장되어가는 시장을 꿈꾸게 된다.

시민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공유할 수 있는 생활도시 모델은 새롭게 만드는 것이 아닌 지역의 스토리와 공동체를 유지하면서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존 공간 기능을 재구성하는 재생을 통해 외형만 더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공간을 더 알차게 쓰는 생활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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