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관세 더비
미국과 캐나다는 유럽계 정착민들에 의해 형성된 국가다. 8891km로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는 만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깊이 얽혀 있다. 15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 이후, 북미 대륙에선 16세기부터 탐험과 식민지 건설이 시작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17세기부터 캐나다 지역에서 식민지 경쟁을 벌였다. 프랑스는 캐나다 동부 퀘벡 등에, 영국은 뉴펀들랜드에 식민지를 세웠다. 미국은 1776년 독립 이후 영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외교적 마찰을 빚었고, 이 갈등은 1812년 ‘미영 전쟁’으로 분출됐다. 당시 미국은 영국령 캐나다를 침공했지만, 캐나다는 방어에 성공했다.
1867년 캐나다가 자치권을 부여받은 뒤 미국과 캐나다 간 경제·인적 교류는 늘어났다. 19세기 후반 미국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며 캐나다 인구 6분의 1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두 나라는 20세기 발생한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에서는 같은 편으로 싸우면서 공고한 동맹을 유지했다. 캐나다는 1994년 미국,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며 미국과 경제적으로 더 밀착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뒤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다. 트럼프는 최우방국 캐나다의 물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캐나다가 51번째 주가 되길 바란다”라고 모욕성 발언을 했다. 지난달 16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지며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이를 문제 삼아 캐나다산 제품에 100%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양국 관계는 더 악화했다.
양국의 빙판 밖 정치·경제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지난 23일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결승에서 맞붙었다. 결승전이 ‘관세 더비’로 불린 이유다. 미국 대표팀은 올림픽 아이스하키 최다 우승국(금 9개) 캐나다를 2대 1로 제압하고 46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직후 백악관 공식 SNS 계정은 미국의 흰머리수리가 캐나다 거위를 제압하는 이미지를 게시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다. 미국 여자팀도 지난 20일 캐나다를 꺾으면서 동계올림픽 사상 첫 남녀 동반 우승을 이뤄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 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무효로 했지만, 트럼프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캐나다와의 ‘빙판 위 관세 전쟁’ 승리에 고무된 그가 전 세계를 상대로 ‘빙판 밖 관세 전쟁’을 어떻게 이어갈지 조마조마하다.
김상훈 논설위원 neato@
김상훈 논설위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