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란 공습 임박했나… 美, 주레바논 외교관에 대피령
안보 이유, 비외교 인력 철수 지시
美, 공습 전 유사 명령 내린 전적
이란 군사적 충돌 임박 관측 분석
26일 제네바 핵협상 분수령 전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천사 가족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면서 미국의 대이란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는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결과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3일(현지 시간) 베이루트의 안보 상황을 이유로 현지 미국 대사관에 재직 중인 비필수 외교 인력과 가족들에게 레바논을 떠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안보 환경을 점검하고 있으며 최근 검토 결과 필수 인력만 잔류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우리 인력의 안전을 보장하는 동시에 미국 시민 지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이며 필수 인력은 남아 대사관 운영을 이어간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번 조치로 30~50명가량의 대사관 직원이 레바논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 국무부는 최근 안보 상황을 검토해 판단한 일시적 조치라는 표면적 이유를 들었으나 이란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미국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레바논이 그간 미국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대상이 돼온 곳이기 때문이다. 이란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헤즈볼라는 1983년 베이루트 미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와 1984년 미 대사관 부속건물 폭탄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에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의 인력 조정은 이란을 겨냥한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에 착수하기 전에도 베이루트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 대사관에 유사한 철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미국은 아직 중동지역의 다른 대사관에는 철수 명령을 내리지 않았지만,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던 미군은 철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도 이를 두고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의 또 다른 인력 재배치 조치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동지역에 이라크 전쟁 개시 이후 최대 규모의 전략자산을 집결시키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항공모함 두 척과 전투기 수십 대, 전투함,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등을 중동지역에 투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일 이란을 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군 수뇌부가 이란 공격을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최종 결정권자는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지도부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전쟁을 감수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은 미국의 요구대로 우라늄 농축을 포기할 경우 체제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최악의 경우 군사적 충돌도 불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오는 26일 미국과 이란의 스위스 제네바 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은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제한적 공습을 검토 중이며, 그래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권 교체를 위한 대규모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참모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