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우려에 반발 거세지는 광역지자체 행정통합…지역 갈등 양상도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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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선 앞 통합 속도전 논란 확산
대전·충남, 국회 앞 맞불 집회
대구·경북서도 졸속 통합 반발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범 시·도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범 시·도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재정 분권’ 등 핵심 권한 이양 조항이 빠진 행정통합 특별법을 추진하며 6·3 지방선거 전 광역자치단체 통합에 속도를 내자, 통합 대상 지역의 반발이 거세진다. 각 지역에서는 속도보다 내실을 우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고, 행정통합 논란이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광주·전남 특별법만 본회의에 오른 것을 두고 여야 간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범시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전날 민주당이 같은 장소에서 행정통합법 통과를 촉구하며 집회를 연 데 대한 맞불 성격이다. 앞서 민주당 ‘충남대전통합 및 충청지역발전특별위원회’는 국회 본관 앞에서 통합법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를 포함해 대전·충남 시도당위원장, 지역 국회의원, 당협위원장, 시도민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여권을 향해 대전·충남 통합 법안의 졸속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행정통합법에 대해 “무늬만 분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전·충남 법안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방 분권에 필요한 재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나눠서 갖자고 하는 것”이라며 “이번 (여당의) 법안에는 이런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이 추진하는 행정통합 특별법을 두고 통합 대상 지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통합 법안에 재정 분권과 핵심 특례 조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대전시가 20~22일 시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71.6%가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반대(41.5%)’가 ‘찬성(33.7%)’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시장은 “고도의 자치권과 재정권 이양이 빠진 ‘껍데기 통합’, 몇 년짜리 한시 특례에 그치는 졸속 통합은 오히려 지역 갈등을 키우고 통합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 시민 다수가 요구하는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국회에서 논의 중인 행정통합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구·경북에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졸속적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강행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2024년 12월 대구시의회가 통합에 동의한 것은 중앙 권한의 실질적 이양 등의 담보를 전제한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추진되는 통합특별법 수정안은 취지와 방향이 현저히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조 원 규모의 정부 재정 인센티브 방안마저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는 숫자만 요란한 속 빈 발표에 불과하며 구체적 담보 없는 재정 약속으로는 통합의 실효성을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 시 경북도의회와의 의원 정수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대구·경북 시민사회에서도 여권의 ‘선통합 후조율’ 방식의 행정통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분위기다.

이처럼 반대 여론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 법안 심의를 일단 멈추고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만 처리했다. 이날 오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관련 법안만 통과됐다. 당초 민주당은 행정통합 관련 법안 3건을 모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야권과 지자체의 반발을 의식해 일부 법안 심사를 보류한 셈이다.

광주·전남 법안만 법사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여야 간 책임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반대로 대전·충남,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심의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이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했다. 호남 지역 관련 통합법만 처리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등 지역 간 갈등 조짐도 나타나는 분위기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애당초 광주·전남만 해주려 했던 행정통합법”이라며 “국민의힘이 대구·경북과 대전·충남의 통합을 반대했단 식으로 저희한테 (민주당이)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 의원은 민주당을 겨냥해 “본인들에게 유리한 지역, 우호적인 지역인 광주·전남 지역에 20조 예산 폭탄을 투하하고 온갖 강행 규정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단 속내로 보여진다”면서 “한마디로, 지역감정으로 지역 갈라치는 민주당의 행태”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전남·광주 통합 행정법안만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면서 6·3 지방선거 전 대구·경북, 대전·충남의 광역자치단체 통합 추진은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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