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12월1일 계엄 결심 굳혔다고 본 법원, '2023년 10월 모의설' 배척
“두 번 계엄하면 돼·총 쏴서 들어가” 통화 인정
‘쇠지렛대·망치’ 이진우 메모도 비상계엄 염두
지난 1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 TV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이틀 전 계엄 결심을 굳힌 것으로 봤다. 또 법원은 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문에서 “윤석열이 (국회의 활동을 무력화시키기로) 마음먹은 정확한 시기는 파악하기 어려우나, 늦어도 2024년 12월 1일께는 그런 결심이 외부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틀 전인 12월 1일 계엄 선포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세부적인 내용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일임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이전부터 김 전 장관과 계엄을 모의했다는 내란 특검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3년 12월 대통령 관저 만찬부터 2024년 8월까지 총 6차례 군 수뇌부와 회동도 비상계엄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 관저 만찬 당시 비상계엄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전제로 군부대 출동 준비 태세를 대략적으로나마 확인한 시점은 2024년 11월 1일 국방부 장관 공관 모임으로 특정했다. 또 11월 30일에도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날 새벽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국회의원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약 2시간 뒤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서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전 사령관으로부터 “지금 본회의장 앞까지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에 접근을 못 한다. 문을 부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자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라는 표현을 쓰며 진입을 지시한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세 차례에 걸친 이 전 사령관과의 통화에서 “내가 선포하기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를 해서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되니까 너네는 계속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 사이에 이런 통화가 있었다고 한 전 수방사령관 부관 오상배 대위와 운전수행 부사관이었던 이민수 중사의 증언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지시로 작성한 12월 2일 자 메모에 대해서는 “실제로 메모에 기재된 사항이 비상계엄 선포 후 대부분 이행됐다”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 김 전 장관에게 “국회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해당 메모를 작성한 바 있다.
메모에는 “전 장병 TV 시청·지휘관 정위치 지시, 출동 TF 병력 대상 흑복·안면마스크 착용, 칼라 태극기 부착, 쇠지렛대와 망치, 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외부 언론들의 접촉 시도 차단”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