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 판결에 ‘상호관세’ 극심한 혼란속으로…세계 각국 당분간 관망할 듯
대법원 “관세 부과권한 의회에 있다” 판결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제외될 듯
트럼프 오히려 “10% 추가관세 부과할 것”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2일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한 차트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전 세계의 무역질서를 파괴하며 대격변을 일으킨 상호관세에 대해 법적으로 근거가 없다며 무효화한 것이다.
그러나 위법하다고 판결했다고 해서 관세가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각국에 부과했던 관세를 되돌려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점치기 어렵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에 10%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바로 대법원 판결을 받아치는 모습을 보였다.
전세계 국가 중 누가 선뜻 미국에 ‘대들며’ 관세를 돌려달라고 할지, 관세협상을 다시 하자고 할지, 극심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모든 국가가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대법원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
미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대법관 9명 가운데 위법 6명, 합법 3명으로 의견이 나뉘었다.
대법원은 보수 대법관들이 많으나 이번 관세 판결에서만큼은 보수 대법관들도 절반이 돌아섰다.
IEEPA에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것은 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이다. 관세는 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IEEPA가 대통령에게 주는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에 부과한 관세는 이번 판결과 관계없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대체 수단을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뒤 백악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 로운10% 관세가 “사흘 후 발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른 관세 수단인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201조, 관세법 338조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상호관세 대신 앞으로 150일간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안 외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뒤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전세계 각국, 사태 추이만 관망
전세계 각국은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상호관세 재협상을 하자거나, 관세를 환급해달라거나 요구할 나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관세 인하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대미투자를 포함하는 새로운 무역 합의를 한 한국과 일본 등은 대미투자는 어떻게 되는지도 미궁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장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논의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한국의 경우 당장 독자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미국내 후속 움직임, 다른 나라 정부의 대응 등을 봐가며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톰 래미지 한미경제연구소(KEI) 경제정책 분석관은 “이번 판결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의 종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미 행정부는 무역 합의에서 물러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어떤 형태의 보복적 본보기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부는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 및 미국 정부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