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온몸이 쑤시고 아픈데 검사에선 왜 ‘정상’일까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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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후유증 속설과 진실

사고 직후 덜 아픈 건 엔드로핀 영향
당장 안 아파도 며칠간 몸 상태 봐야
만성 통증 막으려면 초기 치료 중요
저속 추돌에도 목 주변 손상위험 커
겉만 멀쩡한 ‘속병’ 의학적 근거 있어

교통사고 후 별다른 외상이 없고 검사상 ‘정상’이지만 온몸이 아픈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관련한 ‘카더라’식 속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윤기성 원장이 치료하고 있는 모습.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제공 교통사고 후 별다른 외상이 없고 검사상 ‘정상’이지만 온몸이 아픈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관련한 ‘카더라’식 속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윤기성 원장이 치료하고 있는 모습.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제공

“교통사고는 다음날 돼 봐야 안다.” “온몸이 쑤시는데 검사에선 아무것도 안 나온다.” “사고 이후 갑자기 앞이 안 보인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별다른 외상이 없는 것 만큼 억울한 일이 있을까. 분명 온몸이 아픈데 병원 검사에선 ‘정상’이니 꾀병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이 같은 증상이 죄다 거짓일 리는 없다. 교통사고 후유증의 ‘카더라’식 속설, 어디까지 진실일까.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윤기성 원장과 함께 속설과 근거를 찾아봤다.


속설 1. 사고 당일보다 다음 날이 더 아프다

대표적인 속설 중 하나로,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사고 직후 우리 몸은 통증을 줄이는 엔드로핀과 스트레스 관리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덜 느끼게 한다. 하루가 지나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염증 반응이 본격화되면 근육에 경직이 오고 통증이 심해진다. 따라서 며칠간 몸 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낭패를 볼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리면 다친 부위가 쑤신다’는 속설도 마찬가지. 기압이 낮아지면 관절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근육과 인대로 가는 산소 공급이 줄어들면서 신경이 자극을 받아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기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속설 2. 교통사고 후유증은 평생 간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교통사고 환자의 목이나 허리의 급성 통증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확률은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에 비해 2.7배 정도 높은 것은 사실이다. 추간판 탈출증 발생 확률도 사고를 겪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초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제때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거나 부위의 손상이 심하다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증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근력 강화와 관절 기능 회복을 통해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후유증이 남지 않을 수 있다. 자세를 바로 하고 등 근육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행동은 피하자. 물건을 들 때는 허리를 곧게 편 상태에서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가벼운 스트레칭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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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 3. 뒷목 잡고 차에서 내리는 건 쇼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희화화되는 장면인데, 의학적으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교통사고 후 경부통증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차량이 충돌할 때 목이 채찍처럼 휘둘리면서 목 주변에 미세한 손상이 생기는 편타성(채찍질) 손상이다. 교통사고 환자의 80%는 편타 손상을 입을 정도로 흔하다. 편타 손상은 시속 15~20km 이하의 저속 추돌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뒤차 운전자가 보기에는 가벼운 추돌 사고처럼 보여도 앞차에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가속·감속 에너지가 보통의 목 염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앞차 승객이 뒷목 잡고 내리는 상황은 쇼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속설 4. 교통사고로 골병들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데 몸 안이 아픈 이른바 ‘속병’이나 ‘골병’도 의학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 보통 경부 염좌는 잘못된 수면 자세나 갑작스러운 목의 움직임, 과도한 근육 사용 등이 원인이고 근육과 인대가 한계를 넘어 늘어나면서 발병한다. 그러나 교통사고에서 발생하는 편타 손상은 에너지의 크기가 훨씬 크기 때문에 근육이나 인대 이외 신체의 깊은 부위까지 손상을 입히고, 심하면 척추 관절 주변의 미세 골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고로 경추를 다쳤을 경우 초점이 맞지 않아 시야가 흐려진 느낌을 받는데, 목의 긴장이 눈의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반적인 병원 검사에선 이 같은 손상들이 확인되지 않고 ‘정상’ 소견이 나오면서 속병이나 골병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속설 5. 교통사고 후 몸에 힘이 없다

이 역시 대체로 사실이다. 교통사고 후 특이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감각 이상이 대표적인데, 경추 근육의 긴장으로 신경이 통과하는 공간이 좁아지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력 약화도 널리 알려진 특이 증상 중 하나다. 실제 마비는 없지만, 통증이 있는 부위에서 힘이 빠진 느낌을 호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고로 발생한 통각 신호가 해당 부위 근육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현기증도 교통사고 환자들이 자주 호소하는 불편 증상 중 하나다. 일반적인 현기증과 달리 술에 취한 듯한 불안정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부 경추 신경 이상으로 인한 척추-전정 경로의 장애로 설명된다. 윤 원장은 “이같은 여러 증상들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고 해서 증상이 실재하지 않거나 사고와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후 별다른 외상이 없고 검사상 ‘정상’이지만 온몸이 아픈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관련한 ‘카더라’식 속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서울재활의학과의원의 재활 치료 모습.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제공 교통사고 후 별다른 외상이 없고 검사상 ‘정상’이지만 온몸이 아픈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관련한 ‘카더라’식 속설은 대부분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서울재활의학과의원의 재활 치료 모습. 서울재활의학과의원 제공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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