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돌봄 분야 재정분권화, 지역 주민 건강 살릴 기회 [함께 넘자 80세 허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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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비슷한 영국 맨체스터선
연간 10조 보건 예산 지방 이양
기대수명 등 건강 지표 대폭 개선

박형준 부산시장(왼쪽부터),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해 4월 부산시청에서 '제3회 부울경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왼쪽부터),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두겸 울산시장이 지난해 4월 부산시청에서 '제3회 부울경정책협의회'를 열었다. 부산시 제공

부산이 경남, 울산과 행정통합을 해 하나의 자치단체가 된다면, 그 자치단체는 전국에서 가장 건강이 나쁜 자치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경남과 울산 또한 부산 못지않게 전국에서 사망률이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은 지역의 건강 수준 개선을 위한 투자의 물꼬로 볼 수도 있다. 부산과 인구 규모가 비슷하고 건강 수준이 나쁜 영국 맨체스터에선 2016년 지방분권에 따라 연간 10조 원 규모의 보건·돌봄 예산 통제권이 지방에 이양됐고 최근엔 건강지표가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구 301만 명의 영국 맨체스터는 과거 산업도시였으나 1980년대 대처리즘의 영향으로 쇠퇴를 경험했다. 빈곤율이 높고 기대수명이 영국에서 가장 낮다.

2016년 맨체스터 연합 당국은 연간 약 10조 원에 달하는 NHS(영국 국민건강서비스) 보건과 사회적 돌봄 예산 통제권을 중앙정부로부터 이양받았다. 이는 영국의 ‘도시 및 지방정부 권한이양법’을 통해 권한과 예산이 이양된 첫 번째 사례다. 지역민이 쓴 의료비를 지역의 공중보건에 투자해, 예방과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을 개선하는 것이다.

당국은 10개 자치구별로 로컬 케어 조직을 구성하고, 지역 주민과 의사, 사회복지사가 팀으로 활동하는 체계를 가동했다. 여기서 익히 알려진 ‘사회적 처방’ 제도도 시행됐다. 궁극적으로는 중앙정부에서 병원으로만 직진하던 예산을, 지역 통합케어파트너십(ICP)을 거쳐 지역사회로 흐르도록 해 지역사회 차원의 돌봄 책무 실행과 상향식 계획이 가능해진 것이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방분권 이후 맨체스터 지역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은 대조군보다 크게 증가했고, 알코올 관련 입원 건수도 11.1% 감소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지만 약물중독 사망, 18세 미만 임신율, 분만 당시 흡연율, 결석률, 고용률, 입원이 필요한 폭력 범죄 등도 개선됐다.

지역 내 건강 격차 개선 효과가 제한적인 점을 비롯한 한계도 있지만 맨체스터의 사례는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한 국면에서 건강 문제 또한 중요한 하나의 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건강사회복지연대 측은 “인구 1인당 건강보험료 지출은 약 159만 원이며, 부산 인구 320만 명을 곱하면 5조 880억 원에 달하고 비급여 지출을 포함하면 배가량 된다”며 “건강보험·장기요양지출에 대한 재정분권이 이뤄지고 부산시와 시의 돌봄 파트너십이 이 쓰임을 결정하게 되면 어떨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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