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민참여예산제도’ 채택율 10건 중 3건 미만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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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5년 부산 16개 구·군
5322건 중 1509건만 정책 반영
연도별 채택 비율 ‘하락세’ 보여
“지자체 적극 행정 필요” 주장도

주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해 지자체 예산에 반영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정책 채택 비율이 부산에서 10건 중 3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채택 비율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제도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부산 지역 16개 구·군의 2021년~2025년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용 현황에 따르면, 5년간 전체 구·군에 제안된 정책은 5322건이었다.

이 가운데 실제 정책으로 채택돼 예산에 반영된 건수는 1509건으로, 접수 대비 채택 비율은 28% 수준이다. 연도별 채택 비율은 2021년 36.5%, 2022년 33.5%, 2023년 30.1%, 2024년 23.4%, 2025년 23.7%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부산시 역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채택 비율은 더 낮았다. 2021년~2025년 접수된 3045건 중 채택된 건수는 425건으로, 5년 평균 13.9%에 그쳤다. 2022년까지는 약 20%를 유지했지만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해 8.6%로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채택 비율이 낮은 원인으로는 지자체가 실제로 추진할 수 없는 제안이 다수 접수되는 점이 꼽힌다. 교육청이나 경찰 등 다른 기관이 권한을 가진 사업, 국·공유지 등 토지 소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업,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 민원에 가까운 시설 보수나 개인·특정 단체에 한정된 제안도 적지 않다.

한 구청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지나치게 단순 민원에 가까운 접수도 많고 제안한 정책에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유리하거나 형평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업은 채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정책을 제안하는 데는 지자체의 홍보 부족 등 제도 활성화 의지 부족이 자리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각 구·군은 동별 설명회를 개최하고 축제 현장 접수 창구, 찾아가는 예산 학교 등을 운영하지만 채택 비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 영도구의회에서는 “공무원이 아닌 각 분야 전문가를 통한 사전 교육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교육을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주민이 제안한 정책을 수용할 조례나 장기·대규모 정책을 추진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 지역 성공 사례로는 수영구청 시장 활성화 사업이 꼽힌다.

망미동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던 수영구청은 망미 종합시장에 주민 교류 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을 채택해 4억 6000여만 원을 투입했다. 이에 수영구는 지난해 대한민국 도시·지역혁신 산업 박람회에서 생활·복지 분야 대상을 받았다.

부산대 행정학과 김용철 교수는 “한국은 유럽 등에 비해 행정 절차의 투명성이 낮고 지자체와 주민 간 소통 기구도 부족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제도를 ‘주민들이 잘 몰라서’라는 식으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법적 근거를 보완하고 좋은 정책이라면 예산을 나눠 장기간 집행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적극적인 행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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