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거래소서 코스닥 분리해 서울거래소 만들겠다는 건가
청와대·여당 자본시장 이원화 추진
부산 금융중심지 위상 흔들릴 우려
청와대와 여권발 ‘코스닥 분리’ 구상으로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두고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 민주당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가 명분이지만 한국거래소를 쪼개 탄생한 코스닥 거래소가 결국 서울에 본사를 두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도 한국거래소 본사가 부산에 있지만 코스피, 코스닥, 시장 감시 기능이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이전된 기능을 회수한 서울거래소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부산은 국가 전략으로 금융중심지로 지정되어 있지만 항상 ‘서울 블랙홀’의 침식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의 설립이다. 서울에 또 하나의 거래소를 만드는 꼴이라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코스닥이 별도 법인으로 나와 IPO까지 추진할 경우, 실질적 지배 구조와 정책 중심은 서울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는 명패만 남고 기능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력 유출, 수도권 쏠림, 정책 일관성 부족 속에서도 서울과 부산의 역할 분담이 유지돼 왔지만 코스닥이 분리되면 이 균형은 뿌리부터 흔들린다. 이는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자기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여당의 금융개혁 취지에는 공감한다. 한국거래소의 수익률이 해외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경쟁력에 취약하고, 특히 코스닥은 차별성·신뢰성 위기로 유망 기업이 미국 나스닥을 선호하게 만든 책임이 크다. 하지만 그 해법이 반드시 분리일 필요는 없다. 단일 거래소 체제에서도 상장·퇴출 기준 정비, 투자자 보호, 성장 단계별 시장 기능 강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이번 코스닥 분리 논의는 국가 정책 일관성과도 충돌한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5극 3특’을 통한 지역 경제권 부흥 기조와 배치된다.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외치면서 동시에 금융중심지 기능을 서울로 환원하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중심지 부산’ 육성 원칙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경쟁력 제고가 진정한 목표라면, 그 출발점은 기존 금융중심지의 약화가 아닌 강화여야 한다. 넥스트레이드로 이미 서울에 대체거래소를 허용한 상황에서 코스닥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부산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지주회사 전환은 2014년 좌초된 적이 있다. 시장 이원화에 따른 혼란, 거래 유동성 약화, 투자자 혼선이 문제였다. 한국 자본시장의 내실을 기하려면 분리 전에 신뢰와 기능 강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개혁이 필요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거스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충분한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