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얼어붙은' 북극항로
지구온난화 탓에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새로운 항로가 열리고 있다. 베링해협을 지나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북극항로’가 우리나라에 엄청난 기회를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극항로를 선점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해양수산부는 북극항로추진본부를 만들었다. 오는 9월께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에서 네덜란드까지 운항하는 북극항로 시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자연의 빙하가 녹고 있는 북극이 정치적으로는 꽁꽁 얼어붙고 있다. 빙하의 땅 그린란드를 손에 넣으려는 미국과 이를 막으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해 패권 다툼이다. 거기다 유럽 국가들도 가세했다.
북극해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일체의 정치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이 배제된 곳으로 만들자는 국제적 합의(일명 ‘북극예외주의’)가 통용되던 평화의 바다였다.
그린란드의 외교·국방권을 쥐고있는 덴마크 국방정보국의 지난해 12월 정보보고서다. “북극에서 러시아 중국 미국 등 강대국 간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안보 및 전략적 초점이 북극으로 쏠림에 따라 이러한 흐름이 더 가속화할 것이다”, “러시아는 10년 넘게 북극의 군사 인프라를 꾸준히 확장하고 현대화해 왔다”, “중국은 북극의 빙하 아래 미사일 발사용 잠수함을 배치해 러시아 및 미국과 동일한 핵 보복 능력을 확보하려 한다.”
북극해를 둘러싼 나라들의 해안선 점유율은 러시아가 53.2%다. 반면 미국(알래스카)은 3.8%에 불과하다. 미국으로선 영토의 대부분이 북극권에 들어 있는 그린란드를 내버려 둘 수 없다. 점령이냐 매입이냐 형식만 다를 뿐 병합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
유럽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 나라는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냈거나 파견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우리가 북극항로를 제대로 활용하고, 국익을 얻기 위해선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과의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린란드 사태가 보다 심각해지면 이들 국가들이 북극항로를 그냥 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북극해는 물리적으로는 녹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얼어붙고 있다. 국제 정세를 보다 면밀히 살펴가며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박석호 선임기자 psh21@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