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주의 AI 톡] 아틀라스가 공장에서 가정으로 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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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컴퓨터·인공지능공학부 교수

새해와 함께 막을 올린 CES 2026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피지컬AI’였으며 그 중심에는 ‘로봇’이 있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톤다이나믹스사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보여준 자연스럽고 당당한 걸음걸이와 제조 현장에 특화된 구조와 동작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현대차는 양산형 아틀라스를 수년 내 자동차 조립 공정에 실제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휴머노이드의 시대가 이미 현실의 문턱에 와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피규어 2.0 로봇처럼 자동차 제조 과정에 실제 투입되어 테스트를 마친 휴머노이드가 이미 존재하나 아틀라스의 강건한 구조와 부드럽고 효율적인 동작은 제조 현장에 더욱 적합한 것으로 기대된다. CES 행사 이후 현대자동차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작년 하반기 국내에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가 일부 모델을 대상으로 풀리면서, 테슬라 차주들의 국내 사용기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이는 수년 동안 지지부진한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상황과 대비되면서, 미래 자동차 경쟁에서 현대차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까지 나왔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면, 이번 CES 이후의 반전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로봇에 환경 맞추는 수준으론 부족

물리 세계 직관 학습하게 만들어야

피지컬AI 새 화두 월드모델 급부상

피지컬AI의 대표적인 사례로 흔히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이 거론된다. 테슬라는 이 두 가지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와는 차원이 다른 미래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CES를 계기로 현대차 역시 기존의 ‘자동차 제조사’ 이미지를 벗고, 피지컬AI 시대를 이끄는 기술 기업으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단기간에 이뤄진 시장의 눈높이 변화는 그 상징이라 하겠다.

이제 시선을 한 단계 더 넓혀보자.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자동차 공장을 넘어 가정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적 도약이 필요할까. 자동차 제조 현장은 평평한 바닥, 고정된 구조물, 정해진 작업 대상물 등 로봇이 활동하기에 비교적 정형화된 공간이다. 필요하다면 환경 자체를 로봇에 맞게 다시 설계할 수도 있다. 반면 가정은 전혀 다르다. 집집마다 바닥 재질과 내부 구조가 다르다. 계란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부터 뜨거운 물이 담긴 주전자 같은 무겁고 위험한 물건까지 다뤄야 한다. 집 안을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의 움직임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도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러한 다양한 환경과 상황을 실제 데이터로 미리 수집해 학습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경우의 수가 방대할 뿐 아니라, 드물게 발생하지만 치명적인 상황에 대한 데이터는 확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월드모델’ 또는 ‘월드파운데이션모델’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사고하고, 여기에 이미지·영상·소리를 더해 멀티 모달 모델로 확장되었다면, 월드모델은 한 단계 더 나아가 물리적 공간과 시간, 사물 간 상호작용 그리고 인과관계를 이해하도록 AI를 확장한 것이다. 물체는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고, 물은 열을 가하면 뜨거워지고, 뜨거운 것이 사람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힐 수 있다는 ‘물리적 상식’을 인공지능이 이해하고 동작의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인간이 당연하게 여기는 물리 세계의 직관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AI이다. 이 분야에서는 메타의 JEPA, 구글의 Genie3, 그리고 엔비디아의 코스모스가 대표적인 월드모델 또는 월드모델 개발 플랫폼으로 거론된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는 코스모스를 활용한 자율주행 AI ‘알파마요’를 공개하며 피지컬AI 경쟁의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 알파마요는 현재 벤츠의 일부 자동차 모델에 적용돼 테스트를 진행중인 것으로 발표되었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현대차에도 향후 알파마요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월드모델은 단순히 로봇과 자율주행을 위한 기술에 그치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진정한 일반 인공지능, 즉 AGI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핵심 요소로도 인식되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 이해를 넘어, 물리적 세계에 대한 이해와 추론 능력이 있어야 비로소 세상을 이해하는 지능이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챗GPT로 대표되는 LLM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며 정점에 다다르자, 인공지능 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피지컬AI로 이동하고 있다. LLM이 그랬듯, 피지컬AI와 월드모델 역시 막대한 데이터와 계산 인프라를 요구한다. LLM을 따라가기에도 벅찬 국내의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강점인 제조 분야를 중심으로 차별화한 접근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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