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없는 '이혜훈 청문회'… 시작도 못하고 여야 고성만
자료 제출 부실 논란 속 파행
후보자 불출석 두고 책임 공방
야권 “면죄부 청문회 안 돼”
민주 “검증 책무 스스로 저버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인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대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었지만, 자료 제출 논란과 후보자 불출석 속에 청문회는 파행을 빚었다. 여야는 어렵사리 회의를 열었지만, 청문회 개시를 둘러싼 책임 공방만 이어진 채 결국 정회됐다.
1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여야가 사전에 합의한 인사청문회 일정에 맞춰 이날 오전 10시 전체 회의를 개회했으나, 회의 시작과 동시에 고성이 오갔다. 야당이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고 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거부하면서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임이자 재경위원장은 재적 위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을 언급하면서도,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위원장으로서 청문회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이 후보자가 출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후보자 없는 인사청문회가 어디 있느냐”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여야는 15일 오후 5시까지 자료가 충실하게 안 오면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제출된 답변은 전체 1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과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 역시 자료 제출 부족과 후보자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비판에 가세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은 “허술한 자료로 면죄부를 주는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고 말하며, 이 후보자가 자신을 향해 수사 의뢰를 언급하는 등 압박성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인사청문위원을 고발할 수 있다는 태도에 매우 유감”이라며 “자료 제출 건에 대해 민주당 위원님께서 노력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거들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민주당 정태호 의원은 “간사와 협의도 없이 후보자를 앉히지도 않고 일정 조정에 관한 말씀을 하는 것은 청문회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후보를 검증해야 할 책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원은 이어 “우선 청문회를 시작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도록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며 개의를 요구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한덕수 총리부터 시작해서 한동훈(당시 법무장관), 그다음에 이상민(당시 행안장관)도 자료 제출이 부실했다”며 “저희도 이 후보자 관련해 여러 의혹에 대해 궁금하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지자 임 위원장은 양당 간사들에게 추가 협의를 주문한 뒤 회의를 정회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태도 등을 지적하면서 청문회 진행은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정 청약 의혹 관련해 장남의 아파트 출입 차량 내역, 상세한 가족관계증명서 등 자료가 제출 안 됐다. 증여세를 누가 냈는지 증빙할 자료도 요청했지만 제출하지 않았다”라며 “이 후보자의 태도는 청문회를 고의로 방해하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오늘 청문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여야 간사간 합의가 이루어졌던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인사청문회를 개최한 것은 그러한 자료들이 충분히 제출되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지만 현재까지 의혹에 대한 어떠한 핵심 자료도 제출 안 했다”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현재까지 요구한 자료가 들어오지 않았다“라며 이날 회의를 속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20일에 속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