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찾기·언어 번역에 견적 발송… 차근차근 스며드는 AI [커버스토리]
AI, 부산 관광 현장서 얼마나 작동되나
SNS·동영상 콘텐츠 접근 쉽게
자동번역 앱으로 언어 장벽 해소
관광객 사용 서비스 개선에 활용
상품 기획·여권 정보 시스템 등
업체 내부 업무 효율화에도 도입
예산·인력 뒷받침이 확산 과제
외국인 소통 플랫폼 월드다가치의 AI 자동번역 앱 ‘다가치’와 더휴랩 지정인 대표가 진행한 관광 스타트업 대상 AI 마케팅 수업, 올더스트릿 ‘부산 빵지순례’ 서비스 콘텐츠(왼쪽부터).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각 사 제공
인공지능(AI)이 부산 관광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부산 관광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이미 관광객이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에 나섰으며 산업 전반에 AI를 활용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건은 국내외 관광객 증가와 언어 소통, 정보 선택, 동선 쏠림 등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이 만나는 ‘보이는 AI’
서울과 부산의 음식점·관광지 정보를 제공하는 ‘K로드’ 운영사 올더스트릿(주)은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 흩어진 방대한 UGC(이용자 제작 콘텐츠)를 관광 정보로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관광공사 지역상생 업체로 선정된 이후, 부산의 관광·맛집·쇼핑 관련 동영상 콘텐츠에 장소 정보와 로드뷰 영상을 연결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더스트릿의 AI 활용은 관광객의 ‘질문’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용자가 음성으로 “광안리에서 1박 2일로 갈 만한 곳을 추천해 달라”고 질문하면, 음성 인식과 생성형 AI를 통해 도출된 답변이 맞춤형 콘텐츠 형식으로 제공된다.
로드뷰 기능을 통해 관광객은 실제 거리 환경과 이동 동선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위치 정보가 없는 영상 콘텐츠도 자체 맵핑 엔진으로 장소와 연결해, 낯선 지역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낮춘다.
올더스트릿 강영준 대표는 “SNS와 동영상 시대에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관광객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정보는 오히려 부족하다”며 “AI 맵핑 엔진을 고도화해 흩어진 콘텐츠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장소에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 현장에서 AI가 직접 작동하는 사례도 있다. 외국인 소통 플랫폼 기업 (주)월드다가치가 운영하는 AI 자동번역 앱 ‘다가치’는 음식점 이용, 생활 정보 확인, 민원 소통 등 현장에서 반복되는 언어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광 전 정보 탐색보다 실제 체류 과정에서의 ‘이해’를 돕는 서비스다.
다가치는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4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10만 회를 기록했으며, 이용 국가는 121개국에 달한다. 현재 16개 언어 자동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관광과 일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권해석 월드다가치 대표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AI 자동번역을 통해 한국인에게 묻고 답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며 “여행이 더 풍성하고 다양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내부를 바꾸는 ‘보이지 않는 AI’
관광객이 체감하는 서비스 이면에서는 관광 산업 내부를 겨냥한 AI 활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휴랩’은 여행사와 관광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상품 기획, 다국어 번역, 고객 응대, 견적 작성 등 반복적인 업무를 AI로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권 정보 입력과 견적 발송 등 수작업 비중이 컸던 업무가 우선적으로 자동화되고 있다.
한 소규모 여행사의 경우 여행자 여권 사진을 일일이 확인해 정보를 입력하던 방식을 QR코드 기반 자동 인식·검증 시스템으로 전환했고, 한 케이터링 업체는 엑셀로 견적서를 작성해 보내던 업무를 상품 선택과 동시에 자동 발송되는 구조로 바꿨다.
기존에 며칠씩 걸리던 작업이 몇 분으로 줄면서, 현장에서는 약 0.5명 수준의 인력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휴랩 지정인 대표는 “관광객 대상 앱이나 콘텐츠 경쟁에서는 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부산의 관광 스타트업들이 선택한 방향은 내부 업무를 AI로 전환하는 AX(AI 전환)”라고 설명했다.
지 대표는 “AI를 쓰고 싶어도 전문가가 없고, 대표가 직접 배우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작년부터 관광벤처연구회를 통해 스타트업 대표들을 대상으로 AI 기반 마케팅과 업무 활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는 작고 현실적인 업무부터 AI를 적용하려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보다는 구조가 문제
전문가들은 부산 관광 AI의 한계를 기술보다 구조에서 찾는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부산 관광마이스 데이터·AI 포럼’에서 성결대 박성준 교수는 체류형 콘텐츠 개발 필요성을, 영산대 김윤경 교수는 관광 데이터의 표준화와 통합 데이터 허브 구축을 제안했다. 박상원 부산컨벤션산업협회 회장은 “관광 관련 AI R&D 예산 비중이 0.2% 미만이다”며 정책적 뒷받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 관광 현장에서 AI는 아직 주인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관광객의 선택을 줄이고, 언어 장벽을 낮추며, 산업 내부의 비효율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이미 쓰이기 시작했다. 이를 현장과 정책, 인력으로 연결하는 구조 설계가 과제로 남아 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