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26년 양산 방문의 해에 거는 기대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천성산 해맞이로 시작된 양산 방문의 해
방문객 4000만에 '체류'형 도시로 전환
체류 시간, 재방문율 높이는 전략 필요
오사카 크루즈·기미노정 파크골프 주목

2026년 1월 1일 새벽, 영하 15도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 2100여 명의 방문객이 천성산(920m) 천성대에 올랐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에서 병오년 붉은 말의 첫해를 맞이한 이들은 저마다 새해 소망을 빌었다.

이날 천성산 해맞이는 단순히 해마다 치르는 행사가 아니라 ‘2026년 양산 방문의 해’의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은 양산이 어떤 도시로 기억되길 바라는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양산시는 시 승격 30주년을 맞아 올해를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외국인 관광객 51만 명을 포함해 4000만 방문객 시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다소 과한 목표로 보이지만, 양산시가 계획·추진 중인 정책을 보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도시의 체질을 ‘체류형’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양산은 ‘스쳐 가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산과 울산 사이에 위치한 데다 KTX와 고속도로, 국도 등으로 뛰어난 접근성까지 갖췄으나, 오히려 ‘체류’를 막는 요인이 됐다. 쉽게 오고 쉽게 떠나는 구조 때문에 양산을 찾는 방문객이 많아도 소비는 적었다. 실제 지난해 방문객은 3800만 명에 달하지만, 숙박과 체류 측면에 한계를 드러냈다.

사통팔달의 교통망에 체류형 관광 전략이 없으면 양날의 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양산시 등 낙동강 하류 지역 7개 자치단체로 구성된 낙동강협의회의 일본 오사카와 와카야마 벤치마킹이 눈여겨볼 만하다.

오사카는 관광이 어떻게 산업으로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의 도시’ 오사카는 7개 강을 활용한 11개 크루즈 노선을 통해 도시의 일상과 관광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단순히 배를 타는 체험이 아닌 도시 풍경과 역사, 야경을 하나로 묶어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 이 결과 오사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10% 이상이 크루즈를 경험할 정도다. 2024년 외국인 관광객은 1463만 명이며, 2025년은 17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낙동강 생태탐방선을 크루즈로 승격하려는 논의는 양산 방문의 해와 맞물려 핵심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화명공원과 황산공원, 밀양 수산교까지 이어지는 낙동강 노선은 천혜 자원을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기 추진 선박 도입 등 환경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접근 역시 지속 가능한 관광을 염두에 둔 것이다.

파크골프도 주목된다. 와카야마현 기미노정 사례에서 보듯 파크골프장은 고령층뿐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생활형 관광 콘텐츠로 활용된다. 인구 7700명에 불과한 산촌인 기미노정의 파크골프장에 연간 13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낙동강협의회가 파크골프장을 연계해 전국 규모 대회를 검토하는 것도 ‘체류’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양산 방문의 해가 스포츠 관광과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워케이션은 덤이다. 와카야마현은 워케이션을 통해 관계 인구(생활 인구)를 늘린다. 일과 휴식, 체험을 결합해 지역과 장기적인 연결고리로 만들어 지역 소멸을 막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낙동강과 황산공원, 통도사와 같은 천혜 자원을 가진 양산시 역시 워케이션을 체류형 관광의 확장 모델로 고민해 볼 대목이다.

관광은 흔히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린다. 대규모 시설 없이도 지역에 사람을 불러들이고, 소비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유치에 한계가 있는 지방 도시일수록 관광은 가장 현실적인 성장 동력이다.

양산은 이미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통도사와 천성산, 낙동강과 황산공원, 배내골과 내원사 계곡 등 자연과 문화 자원이 고루 갖춰져 있다. 계란을 주제로 한 ‘에그야 페스타’처럼 차별화된 콘텐츠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러한 자산들을 하나의 체류 동선으로 만드는 것이다. 크루즈와 파크골프, 축제와 워케이션이 서로 연결될 때 방문의 해는 비로소 산업으로 작동한다.

양산 방문의 해가 성공하려면 방문객 수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말고,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고 먹거리 브랜드를 개발하고 관광 동선과 코스 설계도 병행해야 한다. 방문객이 ‘왜 하룻밤을 더 머물러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방문의 해는 일회성 행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새해 천성산의 첫해처럼 양산 방문의 해는 좋은 출발을 했다. 이 기운을 연말까지 이어갈 전략이 필요하다. 방문의 해가 끝난 뒤에도 ‘다시 찾고 싶은 도시’, ‘낙동강을 중심으로 일상과 여행이 공존하는 도시’로 기억되는 것, 그것이 양산 방문의 해에 거는 기대다.

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ktg660@busan.com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