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베네수엘라 유조선 억류”… 양국 무력 충돌 위기 고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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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판매 주요 수입원 겨냥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박 강화
공세 수위 점차 끌어올리는 모습
중국은 중남미 지역 원조 약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대형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억류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타당하다”고 일축했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세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면서 양국 간 무력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여러분도 알겠지만,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며 “대형 유조선이다. 매우 크다. 사실, 억류한 유조선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유조선의 소유주에 대해 밝히진 않았고 억류 이유에 대해선 “매우 타당한 이유로 억류했다”고만 말했다. 유조선에 실린 원유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가질 것 같다”고 했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수년간, 이 유조선은 외국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불법 석유 운송 네트워크에 연루된 것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아왔다”며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완료된 이번 압수는 안전하게 수행됐으며, 제재 대상 석유 운송을 차단하기 위해 국토안보부와 함께하는 우리의 조사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CBS 방송은 카리브해에 주둔한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에서 시작된 이번 작전에 헬기 2대와 특수작전 부대, 해안경비대 10명, 해병대 10명 등이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유조선은 건조된 지 20년이 됐으며, 유조선이 베네수엘라의 항구를 막 떠난 직후인 이날 오전 6시께 시작됐다고 CBS는 전했다. 남아메리카 북부의 가이아나 국적인 해당 유조선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2년 이란 및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와의 연관성을 미 정부의 제재를 받았다.

미군의 이 같은 조치는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일어난 이례적 조처로 분석된다. AP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하루에 약 100만 배럴 석유를 생산한다. 다만, 베네수엘라의 국영 석유회사는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가할 수 없다. 생산량 대부분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 통신은 “제재 탓에 원유 거래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중개인들의 복잡한 네트워크 속에서 이뤄진다. 이들 중 다수는 비밀 유지가 되는 관할권에 등록된 유령 회사들”이라며 “구매자들은 위치를 숨기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대양 가운데서 귀중한 화물을 주는 유령 유조선을 동원한다”고 전했다.

이번 미국의 유조선 억류로 양국의 무력 충돌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에 대해 발언하기도 했으며 카리브해에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를 배치하기도 했다. 앞서 미 해군 소속 전투기 2대가 지난 8일 베네수엘라 남부 카리브해 상공을 비행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이유가 마약 카르텔뿐 아니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축출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대한 질의에 “그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노골적 강탈이자 국제법상 해적 행위’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한편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공격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적 조건’ 없는 중남미·카리브해 지역 원조 약속을 밝혔다. 1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전날 베이징에서 2008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 ‘중남미·카리브해 전략 문서’를 발표했다. SCMP는 해당 문서에 “개발도상국이자 글로벌사우스의 일원인 중국은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사우스와 공동 운명으로 여겨왔으며, 중국은 역내 국가들에 어떠한 정치적 조건도 부과하지 않는 개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작성된 점을 주목했다. 이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이 일어날 경우 개입 의지를 밝힌 건 아니지만, 중남미와 카리브해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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