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투기, 일본 자위대기에 레이더 겨냥… 양국 갈등 격화
고이즈미 방위상, 7일 기자회견
“위험한 행위” 중국에 강력 항의
中 “일본이 정상적 훈련 방해”
중일 갈등 군사 분야 번질까 우려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군 전투기가 공해 상공에서 일본 자위대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사(겨냥해서 비춤)했다고 일본 방위성이 7일 밝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이 무력 과시를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중일 갈등이 군사 분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이날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중국 측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항의 의사는 가나이 마사아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주일 중국대사관 차석 공사에 전달하고 주중 일본대사관도 중국 외교부에 전했다고 방위성은 설명했다.
중국군 항공기의 자위대에 대한 레이더 조사를 방위성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투기의 레이더 조준은 공격 대상과 거리를 확인하는 사격 준비나 주변 수색을 위해 진행된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6일 오후 4시 32분부터 3분간 오키나와 섬 남동쪽 공해 상공에서 중국군 J-15 함재기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에 레이더 조사를 간헐적으로 했다. J-15 함재기는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발착해 비행 중이었으며 F-15 전투기는 영공 접근을 경계·저지하기 위해 긴급 발진했다. 다만 영공 침범은 없었다.
랴오닝함은 오키나와섬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통과해 태평양에서 함재 전투기나 헬리콥터를 발착하는 훈련을 벌였다.
또 같은 날 오후 6시 37분부터 약 31분간 역시 랴오닝함에서 이륙한 J-15 전투기가 영공 침범 대비 조치를 하던 일본 항공자위대의 다른 F-15 전투기에 간헐적으로 레이더를 조사했다.
방위성은 레이더 조사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항공기의 안전 비행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투기의 레이더 조사는 공격 목표를 정하는 화기 관제나 주변 수색 용도로 사용돼 조사 당한 쪽은 위협을 느낀다. 중국 측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수색 용도라면 간헐적으로 행할 필요가 없다”며 화기 관제용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중국군은 일본이 ‘정상적 훈련’을 방해했다며 반박했다. 왕쉐멍 중국인민해방군 해군 대변인은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근 중국 해군의 랴오닝함 항모 편대는 미야코(宮古) 해협 동쪽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함재 전투기 비행 훈련을 조직했고, 사전에 훈련 해·공역을 발표했다”며 “그 기간 일본 자위대 비행기가 여러 차례 중국 해군 훈련 해·공역에 근접해 소란을 일으켜 중국의 정상적인 훈련에 심각하게 영향을 줬고, 비행 안전에 심각하게 위험을 미쳤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은 2018년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며 2013년에는 중국 해군 함정에 의한 해상자위대 호위함 대응도 레이더 조준으로 문제를 삼은 적이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 방일 중인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 측의 레이더 조준을 비판하면서 호주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 말스 장관은 우려를 표하면서 “일본과 함께 힘을 합쳐 행동해 갈 것”이라고 답했다.
현지에서는 중일 대립이 군사 분야 갈등으로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악화돼 있어 긴장감이 한층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7일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중국은 일본 방문 자제령,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 이른바 ‘한일령’으로 압박을 차례로 높이고 있다. 중국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다카이치 총리는 이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일본내 우익 세력의 지지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그로서 발언 철회가 정치적으로 선택하기 쉽지 않은 요구이기 때문이다. 이에 양국 간 갈등은 한 달째 해결을 위한 접점을 못 찾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