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양정모 금메달
문화유산은 우리 역사와 전통의 산물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갖가지 이유로 소실되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잦았다. 현대에 들어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과 보존의 중요성 등이 강조되면서 그 가치는 어느 정도 지켜져 왔다. 하지만 빈틈이 있었다. 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충분함에도 만들어진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유산들이 문제였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 왔다. 2024년 9월 15일부터 시행한 ‘예비문화유산 제도’가 첫 결과물을 낸 것이다. 예비문화유산은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문화유산 중 장래 등록문화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을 선정해 보존·관리하는 것이다.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되면 보존·활용을 위한 기술과 교육을 지원 받고, 50년 경과 시 문화유산으로의 등록 검토도 진행된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한국의 근현대사를 품은 10건을 뽑아 첫 예비문화유산을 선정했다. 여기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과 인물, 사건, 이야기가 담긴 중요 유물들이 포함돼 있다.
법정스님이 직접 제작해 수행 때 사용했다는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를 비롯해 2000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 및 간병도구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 △이한열 최루탄 피격 유품 △한국남극관측탐험대 및 남극세종과학기지 관련 자료 △77 에베레스트 등반 자료 △제41회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기념물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 등 다양한 유물들이 선정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21회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은 1976년 한국인 최초로 국제 하계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이다. 국가유산청은 “태릉 선수촌과 한국체육대 건립, 병역특례 제도 등 한국 스포츠 세계화를 위한 다각적 노력과 한국인 특유의 투지가 이루어 낸 성과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양정모 선수의 금메달은 현재 부산시체육회가 소유하고 있는데, 지름 6cm, 두께 0.6cm, 중량 207g이다. 부산이 고향인 양정모 선수는 금메달을 개인이 보유하다 부산의 체육 유산을 모은 박물관 건립에 사용해 달라며 부산시체육회에 기증했다. 현재 메달은 부산에서 개최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관련 기념품이 전시된 부산시체육회관 국제대회기념전시관에 보관돼 있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