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늘렸는데 개항 6년 지연? [6년 늦어진 가덕신공항 개항]
절차 늑장 이미 15개월 허비
개항·준공 동시 추진도 영향
신공항과 거점항공사추진 부산시민운동본부 등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2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덕신공항 106개월 공기연장 책임자 문책 및 공기연장 최소화, 정상건설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정부의 가덕신공항 개항 목표가 갑자기 6년이나 밀린 것은 건설업계 입장에 지나치게 치우친 공기 연장 외에도 후속 절차의 늑장 진행, 개항과 준공 동시 추진 방침이 종합된 결과다.
24일 부산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상공계는 정부가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22개월 연장하고, 개항 목표를 2029년 12월에서 2035년으로 6년 미룬 것에 대해 일제히 반발하고 신속한 착공과 조기 개항을 촉구했다.
국토부는 지난 21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재입찰 방침을 밝히면서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7년)에서 106개월(1년 10개월)로 22개월 늘려서 연내 재입찰 공고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개항은 2035년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부는 공기 연장 근거에 대해 공항을 안전하게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연약지반 처리가 가장 중요하고, 연약지반 안정화에 필요한 기간을 충분히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공식 용역을 통해 수립하고 기본계획에서 고시한 84개월과 비교하면 정부는 연약지반 안정화 공정에 13개월을 추가로 부여한 것뿐 아니라 공사용 도로 개설, 해상공사용 장비의 제작과 확보, 항행 안전 시설 공사 등에 추가 기간을 설정해 총 22개월을 연장했다.
재입찰 절차 자체가 지연되면서 이미 허비한 시간도 최소 15개월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4월 28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입찰 조건을 어긴 기본설계안을 제출했는데도, 후속 절차에 7개월을 끌다가 가까스로 연내 입찰 공고를 밝혔다. 지난해 7월 84개월(7년) 공기로 입찰 공고를 한 것을 고려하면 입찰 공고 시점만 놓고 비교해도 15개월 전으로 돌아가 다시 입찰과 공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개항과 준공을 일치시킨 것도 개항이 미뤄진 배경이다. 정부는 2023년 3월 조기 개항 로드맵 발표와 같은 해 12월 기본계획 고시부터 줄곧 2029년 12월 터미널과 활주로 등 필수 시설을 우선 만들어 조기 개항을 먼저 하고, 나머지 시설들을 완성해 2032년 준공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와 함께 부산·울산·경남의 30년 숙원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기 개항 방침을 폐기하고 모든 시설을 완공해 2035년 준공과 개항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일정을 재설정했다. 전문가 자문 과정에서 공항 이용 편의성과 안전사고 우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남부권 관문공항의 개항 목표는 한꺼번에 6년이나 미뤄지게 됐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