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주권 앞 사분오열 민주당… 친정-반정 나뉘어 소송전까지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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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개정’ 비판에 최종 처리 일단 연기
“이 대통령부터 추진한 사안…사후 보완책 논의”
친명계 ‘속도 조절’ 요구…“속도보다는 정당성”
민주당 공개 최고위…정청래 면전서 이언주 작심 비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주도하는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당헌·당규 개정안의 최종 처리가 당내 반발로 당초 28일에서 일주일 연기됐다. “졸속 추진” 반발 속 정 대표를 공개 저격하는 등 당내 갈등이 가시화되자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인 1표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차기 당권 싸움의 전초전으로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 이후 “1인 1표제 도입 등과 관련해 당원과 (당내) 일부 (의원들의)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감안해서 어떻게 보완할지, 보완책을 좀 더 논의하기 위해 중앙위 소집을 28일에서 12월 5일로 연기(하기로) 수정 동의가 됐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 28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1인 1표제를 포함한 당헌·당규 개정 의결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정을 앞두고 전당원 1인 1표제를 둘러싼 당내 갑론을박이 고조되면서 정 대표 측의 거듭된 진화 시도에도 공개 비판까지 나오자 일단 당내 반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이언주 의원은 정 대표 앞에서 1인 1표제를 두고 “민주당이 수십 년간 운영해 온 대의원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며 “숙의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발언 직후 최고위원회의가 진행 중인 당대표회의실을 그대로 퇴장했다.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숙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 이어 이날은 정 대표 면전에서 정면 비판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는 “추진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며 여론조사 참여 당원이 전체 권리 당원의 16.81%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강득구, 윤종군 의원도 ‘졸속 개혁’이라며 속도전에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당원들은 당헌 개정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가처분도 신청하자는 연판장을 돌리고 있다.

정 대표 측도 물러서지는 않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 시절 원외 위원장들도 1인 1표제 강력하게 요구했다”며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 주권정당, 당원 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1인 1표제는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논란에도 1인 1표제를 끝까지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정 대표 측근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아니다”라며 논란을 진화했다. 이날 박수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1인 1표제는) 정 대표가 말을 한 적도 없는 대표 재선을 위한 갑툭튀가 아니다”라며 “여러 번의 당 혁신 계기에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아래로부터의 요구’였다”고 강조했다.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 역시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1인 1표제는 정 대표만 추진한 게 아니고 민주당의 이어달리기였다”며 정 대표에 힘을 보탰다.

1인 1표제를 둘러싸고 갈라진 당심을 두고 차기 당권 싸움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1인 1표제를 둘러싼 당내 반발의 핵심은 정 대표의 ‘자기 정치’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내년 8월 예정된 차기 당권을 노린 정 대표의 ‘연임 포석’이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의원 지지보다 권리당원 지지세가 강한 정 대표가 권리당원의 입김을 키우는 방식으로 당헌·당규를 사전에 개정해 놓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밑에서만 오갔던 친명계와 친정계 간 갈등은 1인 1표제 논란을 기점으로 본격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1인 1표제로 드러난 이번 당내 갈등은 나아가 민주당의 미래 권력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당내에서도 계파가 본격적으로 양분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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