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요 철강업체 3분기 성적표 ‘울상’
공급 과잉·고관세·환율 삼중고
정부 지원 소외 우려·대책 절실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화인베스틸. 화인베스틸 제공
부산 주요 철강업체들이 중국발 공급 과잉, 미국의 고율 관세, 환율라는 삼중고 탓에 2025년 3분기 급격한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국가 차원의 철강 산업 지원책이 포항, 광양 등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집적 단지를 중심으로 논의되면서, 부산 지역 기업들이 그 혜택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제강은 2025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연결 포괄손익계산서 기준)이 177억 원에 그치며 전년(270억 원) 대비 100억 원가량 감소했다. 단조제품 전문 기업인 태웅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68억 원에서 63억 원으로 1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화인베스틸도 지난해에 비해 적자폭을 줄였지만 올해 3분기까지 누적 38억 원 적자로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공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전방 산업의 부진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와이어로프 분야 고려제강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고려제강은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3분기에는 3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99억 원) 대비 실적이 늘었다. 이는 고려제강이 생산하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하이로프가 조선, 해양플랜트 산업 등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효과로 분석된다.
지역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수입재, 미국의 철강 수입품에 대한 50% 관세로도 힘들었는데 최근에는 고환율까지 겹쳐지며 수익성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포항과 광양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포항과 광양을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부산 지역 기업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집적 단지 중심의 혜택이 지역 기업들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철강산업은 종사자 수만 1만 명을 넘는 주요 산업이다. 철강업계의 위기는 곧 지역 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