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덕신공항 6년 지연 시민 우롱 책임 소재 가려야
국책사업 신뢰 추락, 지역민 설움·분노
공기 단축·활주로 확충 등 지혜 모아야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 가덕신공항 개항 지연 소식에 동남권 주민은 설움과 분노의 감정이 교차한다. 국토교통부는 21일 가덕신공항 부지 조성 공기를 기존 84개월(7년)에서 106개월(8년 10개월)로 늘리고, 2035년 개항을 목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의 ‘2029년까지 24시간 운영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 공항’ 공약은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전과 연계해 윤석열 전 정부가 2029년 개항을 약속했을 때 부울경 주민들은 철석같이 믿었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믿음은 국가에 대한 무한 신뢰와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토부의 난데없는 ‘6년 지연’ 발표는 국책사업의 권위를 허물고, 지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토부는 연약 지반 안정화 등 기술적 사유와 건설업계 수용 가능성을 공기 연장의 근거로 들었다. 이 설명은 자기모순적이라서 설득력이 없다. 지난 2023년 자문회의(31회), 업계 간담회(16회)를 거쳐 도출된 84개월짜리 기본계획을 스스로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사업 대상자였던 현대건설의 108개월안을 부적격으로 배척했던 국토부가 7개월 시간만 끌다 사실상 유사한 106개월안을 들고나온 모습도 군색하다. 이 대목에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내놓지 않는 국토부의 무책임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건설업체의 구상대로 국책사업의 큰 틀이 좌우되고 있다는 의구심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가덕신공항 개항이 2029년에서 2035년으로 6년 늦춰지면 동남권 주민의 불편은 그만큼 더 연장된다. 제대로 된 장거리 노선 하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천공항 이용을 강요당하는 지방 홀대 구조의 지속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교통 접근성 불편이 지역 발전 지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개항을 1년 앞당기면 지역 발전을 10년 앞당기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한 까닭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기 단축 방안을 포함한 사업 정상화에 대한 분명한 로드맵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공기의 재검토다. 그 과정에 공기 지연으로 전체 사업에 차질을 빚은 데 대한 책임 규명은 불가피하다.
지금 국토부에 필요한 것은 국책사업의 신뢰 실추를 만회할 수 있는 책임지는 자세다. 우선 공기 연장안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입증할 수 없다면 즉각 재검토해야 한다. 부산시는 기존 설계 재활용과 혁신 공법 도입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 개항 시기를 1년이라도 앞당길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해야 한다. 행정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연약지반 계측 결과에 따라 후속 공정을 조기에 연계하려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이참에 ‘활주로 2본’도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덕신공항 파행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안 된다. 책임 소재는 분명히 가리되,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