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분야 ‘비상 사태’ 정의, 더 뚜렷하게 규정해야”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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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 해운물류 지원방안 보고서
해운항만유지법 내 규정 불명확
동원 선박 보상절차도 보완 필요

KMI가 지난 7월 한국국제물류협회 관계자들과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KMI 제공 KMI가 지난 7월 한국국제물류협회 관계자들과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KMI 제공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 비상사태에 대비해 해운 기능 유지를 위해 제정한 법에서 ‘비상사태’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아 실제 위기 상황에서 선박 동원·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황수진 해운산업연구실장과 최영재 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수시연구보고서 ‘글로벌 공급망 변동에 따른 해운물류 지원방안 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총생산의 약 88%를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내륙 수송로가 막혀 수출입 물량 99.7%를 해운에 의존한다. 대외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2025년 미·중 관세 전쟁 등 공급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세와 지정학적 갈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각 부처 소관 개별법으로 관리하던 공급망 관련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2023년 12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을 제정했다. 비상사태와 관련한 해수부 소관 법률은 ‘비상사태 등에 대비하기 위한 해운·항만 기능 유지에 관한 법률’(해운항만기능유지법)인데, 연구자들은 이 법의 ‘비상사태’ 정의가 불명확하고, 지원 내용이 외국인 선원과 내국인 선원 임금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정도로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법에서 정한 비상사태의 내용은 전시와 사변,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 수출입 화물 수송 중단, 항만 입출항 제한 정도로 한정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경제·물류 위기 가능성이 있는데도 비상사태의 범위와 적용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며 “포괄적 위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면 정부의 선박 소집·지원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사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하는 전문위원회를 통해 비상사태 선포와 소집 등의 기준을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비상사태에 동원된 선박에 대한 보상절차까지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와 민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또 연구자들은 선원 임금 손실 외에도 운항 수익 감소로 인한 손실도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므로, 선사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국가 물류 안전망을 유지하는데 동원한 선사의 운항 수익 감소까지 고려한 현실적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운항 중인 선박을 특정 지점으로 소집할 때 소집 지점까지 운항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 보장도 가능하도록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연구자들은 강조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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