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광주고검 검사장 잇따라 사퇴
‘평검사로 인사 검토’ 후폭풍
검찰 내외부 반발 확산일로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에 대한 징계 검토에 착수하자 검사장들이 연이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검찰 내외부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항소 포기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집단 성명을 냈던 검사장 18명 중 최선임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사의를 표했고, 당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송강 광주고검장도 검찰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대통령실과 법무부가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인사를 검토한단 사실이 알려지자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박 검사장은 이날 “검찰 조직이 혼란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길 바란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포함한 검사장들 징계 추진 검토에 반발해 직을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 검사장은 지난 10일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이 이름을 올린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당시 검사장 18명은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밝힌 입장은 구체적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직무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송강 광주고검장도 이날 법무부에 연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노 전 대행이 사퇴한 이후 구자현 현 대행과 함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송 고검장은 검사장 집단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검찰 내외부 동요가 심해지면서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연수원 동기인 구 대행이 대검 차장에 임명된 점도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법무부는 집단 성명 등을 문제 삼아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외부에선 “정권 길들이기”라며 반발이 다시금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평검사로 인사 조치'라는 강수를 실행에 옮기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