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호재에도 야 지지율 제자리… 딜레마 빠진 장동혁호
리얼미터·한국갤럽 전주보다 하락
연일 대여 강경 투쟁 기조 피로감
우파 연대에 중도층 이탈 분위기
강경 노선 불만·위기감 동시 커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대장동 항소포기 외압 진상규명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공직자 조사 논란을 연일 ‘대여 총공세’의 계기로 삼고 있지만, 정작 당 지지율은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장동혁 대표 체제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법무부·대검찰청을 잇달아 항의 방문하고 공직사회 ‘내란’ 관련 조사에도 강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 이탈 조짐까지 나타나며 강경 노선에 대한 불만과 위기감이 당내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
17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4.2%로 지난 주보다 0.6%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6.7%로 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3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2주 연속 하락하면서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11.7%P에서 12.5%P로 다시 벌어졌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PK(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민주 42.5%·국힘 35.7%로 민주당이 앞서는 모습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4%, 민주당은 42%로 지지율 격차는 18%P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민주당은 전주 대비 2%P 올랐지만, 국민의힘은 2%P 떨어졌다. 특히 갤럽 조사에서 무당층 비율이 27%로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3%P 높게 나타났다. 여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되돌아오지 않고 ‘지지 정당 없음’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대여 강경 투쟁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이후 당 지도부는 대통령실·법무부·대검찰청을 잇달아 방문하며 항의 메시지를 내고 있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논란에도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장동혁 당대표는 “항소 포기를 보면서 히틀러의 망령이 어른거린다”고 말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도 “언어 조작, ‘입틀막’ 독재의 달인, 이재명 정권”이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여권의 잇따른 악재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지 않으면서 당 지도부 역시 딜레마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강경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핵심 지지층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중도층의 공감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장 대표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을 두고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전광훈 목사 등 이른바 ‘강성 우파’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발언을 이어가면서 강경 투쟁 기조가 오히려 중도층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장 대표를 향해 “적어도 장 대표가 황교안의 길을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그 길은 선거 패배의 길이자 보수 몰락의 길이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강경 노선으로 외연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 지도부는 얼마나 잘 싸우는지를 기준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를 평가하겠다고 한다”며 “강경 노선이 이어지면 외연 확장은커녕 극우 성향의 지지층 요구가 더 크게 반영될 우려가 있다. 지금이라도 정책을 중심으로 선거 전략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 전화 가상 번호를 활용해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시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 여론조사심의위 참조.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