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안한 검찰 내부 갈등 폭발,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야당도 반발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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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의 표명 이어 9일 입장문
반발 확산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내 책임하에 결정”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7월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 항소를 포기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번 항소 포기를 두고 사실상 반발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개입 의혹을 둘러싼 비판과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정 지검장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정 지검장은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 지검장은 검찰이 대장동 개발비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간업자 김만배 씨 등 피고인 5명에 대한 항소 포기를 결정해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지난 8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항소를 하지 않게 됨으로써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될 가능성은 없어졌다.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를 포기했다는 것은 거액의 횡령금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일부 피고인에 대한 1심 무죄 판단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야만 무죄 부분을 다시 다툴 수 있지만, 항소를 하지 않으면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결국 이는 추가적인 법적 다툼 없이 사건을 종결한다는 의미로 향후 이 사안을 둘러싼 법적·정치적 책임 추궁이나 추가 수사의 가능성도 사실상 닫히게 된다.

정 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도 법무부의 항소 반대 의견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한 대검찰청과 중앙지검 지휘부를 향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다. 대장동 수사팀 역시 윗선의 부당한 지시로 항소하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수사팀은 항소가 불허된 직후인 8일 새벽 입장문을 내고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항소장을 제출하지 못하게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수사팀은 “법무부 정성호 장관과 이진수 차관이 항소에 반대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주장했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수사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법무부 의견에 따른 검찰 지휘부에 대한 불만 여론도 크다.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 안팎의 반발이 커지자 해당 결정의 최종 책임자인 검찰 수장도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9일 “대장동 사건은 법무부 의견 등을 참고한 후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 대행은 “이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항소 포기를 두고 “검찰이 권력의 외압에 굴복했다”면서 이를 지시한 ‘윗선’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권에 굴종한 검찰 수뇌부가 이 대통령으로 향하는 대장동 범죄 수사를 스스로 봉인한 것”이라며 “대통령실 개입 여부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여파로 정 지검장이 사퇴한 데 대해서도 “사퇴해야 하는 사람은 항소 금지를 지시한 더 윗선”이라며 정 장관에 대해서도 “명백한 탄핵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장동 사건 관련 비리 자금 7800억 원의 국고 환수가 불가능해지게 만든 게 이번 항소 포기 사건의 핵심적 실체”라며 “국회 차원의 긴급 현안 질의를 즉시 열고, 국정조사부터 신속히 진행하자”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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