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정부 지원금 4% 수준… 대폭 늘려야"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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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회 행사 성공리에 마무리한 BIFF
정부 지원금 비중 달랑 4%에 그쳐
유럽·일본 주요 영화제는 30% 안팎
BIFF 위상·공공성 유지 우려 목소리
"대통령·여당 대표 지원 약속에 기대"

9월 2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박광수 이사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호소했다. 이지원 인턴기자 9월 2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박광수 이사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호소했다. 이지원 인턴기자

“영화제 예산 중 국비 비중이 올해 4%로 떨어졌습니다. 글로벌 최고 영화제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있기를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산 기자회견장에서 박광수 이사장이 한 발언이다. 영화제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에서 불거진 뜻밖의 하소연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올해 개최된 BIFF의 국가 재정 지원 상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BIFF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받은 지원금은 5억 4700만 원. 영화제 본행사 예산 133억 원의 4% 수준에 그친다. 문제는 이마저 해마다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만 보더라도 13%(2021)에서 4%로, 9%포인트(P)가 줄었다. BIFF의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지원금(6억 원)을 포함해도 전체 예산 17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BIFF는 부족한 예산을 부산시 보조비와 입장료, 굿즈 판매 수익, 기업 광고 등으로 보충하고 있다.

1996년 우리나라 최초 국제영화제로 출발한 BIFF는 30회를 맞은 올해 공식 상영작 관객 수가 17만여 명에 달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으로부터도 “아시아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세계에서도 최고로 역동적인 영화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4%라는 정부의 지원금 규모는 이런 국제적 평가와 한참 거리가 있다.

이런 실상은 유럽의 주요 영화제와 비교해 볼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경우, 올해 마켓 포함 전체 예산 576억 원 중 25%인 144억 원을 공공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40%)는 물론이고 이웃 국가인 일본의 도쿄국제영화제도 30%(150억 원 중 45억 5000만 원)를 여러 정부 기관으로부터 보조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극장의 시간들' 관람한 후 감독·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영화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극장의 시간들' 관람한 후 감독·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영화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BIFF의 공공성 유지와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영화학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국제영화제에 대해서도 경제 논리를 앞세워 자생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커지는 무형의 문화 파워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문화 정책이 계속된다면 ‘아시아 영화의 플랫폼’이라는 BIFF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가지 희망은 올해 들어선 새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교홍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직접 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전당을 찾아 지원 강화를 언급한 만큼 이전 정부와 다른 정책이 나올 거라는 바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히 “영화는 종합 예술이자 산업입니다. 정부도 영화 제작 생태계가 튼튼히 자리 잡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한 BIFF 관계자는 “부족한 지원금은 결국 상업 광고 등 기업 지원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일일이 밝히지는 못하지만, 예술성과 공공성이라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후원 기업과 벌이는 줄다리기가 해마다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영화제 지원은 장기적 관점의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BIFF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영화제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도쿄영화제 정도의 공적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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