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매매량 최대 3500건 기대… 가을 이사철 반등 기류 [커버스토리]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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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 조짐 보이는 부산 부동산 시장

8월 매매량보다 최대 1000건↑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 가능성
아파트 매매가도 5주째 보합세
이달 초 청약 단지 경쟁률 상승
하이엔드 계약률도 70~80%대
추석 연휴 견본주택 발길 이어져
전세 매물 줄며 매매시장 추동도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 아파트 단지들. 정종회 기자 jjh@/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부산 수영구 금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영구와 해운대구 아파트 단지들. 정종회 기자 jjh@/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가을 이사철을 맞아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크게 늘어나고,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대로라면 9월 매매 거래량은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추석 연휴에도 분양에 돌입한 견본주택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고가의 하이엔드 아파트도 계약률이 70~80%에 육박했다. 오랫동안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 부동산 시장이 마침내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상승 전환’ 기대감 부푼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889건으로 집계됐다. 국토부 시스템에는 부동산 계약 이후 30일 이내 신고하게 돼 있어 이달 말까지 9월 통계가 집계된다. 당월 신고 비중이 통계적으로 약 70~8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3400~3500건까지 늘어날 수 있다.

전달인 8월의 경우 매매 거래량이 2509세대에 불과했다. 비상 계엄 여파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치솟았던 지난 1월은 거래량이 1751건 수준까지 떨어졌다. 만일 9월 매매 거래량이 3400건을 넘어선다면 2021년 10월(4001건)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추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서울이 세금이나 대출 규제로 묶이면 ‘풍선효과’로 지방 부동산, 특히 제2의 도시인 부산이 가장 먼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추석 연휴에도 연락이 적지 않게 들어와 사무실에 나간 날이 많았다. 수도권이나 대구 등에서 ‘매물을 찾는다’는 문의도 있었다”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0%로 5주 연속 보합을 이뤘다. 2022년 6월 20일 시작된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은 3년 3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낙폭이 컸던 2022년 12월엔 한 주에 0.7%씩 빠졌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보합으로 돌아섰고 이제는 상승으로 전환한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지난주의 경우 추석 연휴로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발표하지 않았고, 오는 16일 자료를 배포할 예정인데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연휴에도 견본주택 북적

이 같은 분위기는 분양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르엘 리버파크 센텀’ ‘써밋 리미티드 남천’ 등 해운대, 수영구의 하이엔드 아파트를 필두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기 시작해 수년간 잠잠했던 청약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청약을 진행한 ‘베뉴브 해운대’는 평균 경쟁률 21.1 대 1, 최고 경쟁률 177.5 대 1을 나타냈다. 같은 날 청약을 실시한 동래구 ‘힐스테이트 사직 아시아드’도 평균 17.1 대 1, 최고 64.7 대 1 경쟁률로 성공을 거뒀다.

추석 연휴를 맞아 견본주택을 찾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르엘 리버파크 센텀 분양 관계자는 “연휴 기간 친지나 지인들과 함께 견본주택을 찾은 이들이 많아 평소보다 방문객이 늘었다. 많았던 날은 150~200명씩 견본주택을 찾았다”며 “단순 관람에 그치지 않고 계약으로 꾸준히 이어져 성과도 좋았다. 현재 계약률은 70%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함께 분양한 하이엔드 아파트인 써밋 리미티드 남천은 계약률이 80%를 넘었고, 서면 써밋 더뉴 역시 뒷심을 발휘하며 계약률 50%를 향해 가고 있다.

■학군지 전세 품귀 현상

가을 이사철을 맞은 전세시장은 매매시장보다 분주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부산의 전세 매물은 4127개로 집계됐다. 부산의 전세 매물이 5000개 아래로 떨어진 건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2023년 1월의 경우 부산에서 전세 매물로 1만 9008개가 등록될 정도였으니 고점과 비교하면 2년여 만에 20% 수준으로 줄었다.

집값 선행 지표인 부산의 전셋값은 지난해 3월 이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9월 다섯째 주 부산의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07%나 올랐다. 특히 남천동이나 명륜동 등 학군지 중심의 상승세가 도드라진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수영구(0.21%)는 망미·남천동 위주로, 동래구(0.16%)는 명륜·온천동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동아대 부동산학과 강정규 교수는 “대출 규제에 막힌 일부 서울 투자자들은 벌써 ‘미니 버스’를 대절해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으로 내려오고 있다”며 “해운대구와 수영구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이미 상승했고, 훈풍이 남구와 동래구, 연제구, 부산진구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양극화 양상이 다소 나타나겠지만 부산 부동산 시장이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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