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한 달째 이어진 출근 저지·점거 농성에 법적 대응 검토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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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관장은 이날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 내 기자회견장을 사용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안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이재관 의원과 항의를 받은 뒤 설전을 벌이다, 시민단체의 규탄 시위 속 국회를 떠났다. 연합뉴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독립기념관 바로 세우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관장은 이날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의 주선으로 국회 내 기자회견장을 사용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안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이재관 의원과 항의를 받은 뒤 설전을 벌이다, 시민단체의 규탄 시위 속 국회를 떠났다. 연합뉴스

'광복은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광복절 기념사로 논란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당시 발언에 항의하는 일부 광복회원들의 관장실 점거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자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독립기념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독립기념관 측은 이달 초 한 로펌에 관장실 불법 점거 및 집회와 관련한 법률 자문을 요청했다. 광복회 회원 등 10여 명은 김 관장의 광복절 기념사 등을 문제삼으면서 지난달 20일부터 독립기념관 관장실 앞 복도와 제1회의실 등에서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김 관장은 관장실로 출근하지 못한 채 인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기념관 측은 법률자문 질의서에 "청사 정상화를 위한 법률 자문이 필요하다"면서 자진 퇴거 요청(명령) 후 강제 퇴거 조치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이 있는지를 질의했다. 특히 시설 무단점거 관련 범죄, 업무방해죄, 스토킹 범죄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아울러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을 점거 중인 역사독립국민행동과 항일연합 등 회원들이 경비직원의 그늘막 설치 제지를 문제삼으며 김 관장을 고소하기로 한 데 대해 맞고소를 할 수 있는지도 물었다.


이에 해당 법률사무소는 점거 농성 행위와 관련해 건조물침입죄, 퇴거불응죄, 업무방해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적용할 수 있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영업방해금지 청구 본안 소송 등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는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잘 소명된다면 인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독립기념관 측은 이런 법률 자문 결과에 따라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관장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식 기념사에서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해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헌신을 경시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가보훈부는 전날 감사원 감사와 별개로 보훈부 자체적으로 특정감사를 실시, 김 관장의 독립기념관 사유화 논란과 예산 집행·복무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15일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면담하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민주당 이정문, 강준현 의원, 권 장관, 김용만, 이강일 의원. 연합뉴스 15일 서울 용산구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을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면담하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반대방향으로 민주당 이정문, 강준현 의원, 권 장관, 김용만, 이강일 의원. 연합뉴스

반면 김 관장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독립정신의 성지이자 공공기관인 독립기념관 위상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등 맞서고 있어 주무부처인 보훈부와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문 의원은 "김 관장은 독립기념관 정관을 위배하고 운영을 저해했다"며 "보훈부 특정감사가 신속히 결론지어져 독립기념관이 한시라도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이날 농성 중인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찾아 면담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어제 국가보훈부 장관을 만나 독립기념관에 대한 보훈부의 특정감사 착수를 공식화했다"며 "사실상 김형석 관장에 대한 해임 절차가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사가 적어도 2개월은 진행될 예정인 만큼 어르신들께서는 농성 장기화로 인한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해 이제 (농성을 해제하고 집으로) 들어가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면담에 동석한 이정문 의원도 "국회 차원에서 감사를 할 수도 있지만 국민의힘과 협조가 잘 안돼서 보훈부의 특정감사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감사원 감사보다는 단축될 것이다. 결과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성 중인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그럴수록 농성을 지속하면서 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을 지켜봐야 한다"며 "김형석 관장에 대한 해임장을 가져와야 농성을 풀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들은 내부 회의를 열어 이르면 17일까지 농성 지속 또는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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