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협 놓고 희비 갈리는 울산 양대 노조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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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 노조, 3차 전면파업 돌입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 합의안 타결
울산 하반기 지역 경제 변수로 부상

HD현대중공업 노조가 1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농성장에서 발생한 노사간 폭력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조가 1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농성장에서 발생한 노사간 폭력사태와 관련해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승혁 기자


올해 임금 협상을 둘러싸고 울산 양대 노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사흘째 전면 파업에 나서며 노사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반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임금·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하 현대중 노조)는 15일 오전 8시부터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1일과 12일에 이은 세 번째 전면 파업이다. 백호선 노조지부장은 40m 높이의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 위에서 엿새째 고공 농성을 벌이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 중이다.

현대중 노조는 또 이날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일 발생한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의한 폭력 사태를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폭행 피해 조합원에 대한 사죄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앞서 고공 농성 첫날인 지난 10일 농성장 주변을 지키던 조합원들과 회사 측 경비인력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 조합원 1명이 경비원 팔꿈치에 얼굴을 가격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파업과 고공 농성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생산 현장에도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 핵심 설비인 턴오버 크레인 가동이 멈추면서 지난 주말에는 관련 공정이 지체돼 예정됐던 특근(주말 근무)이 취소되기도 했다.

다만, 사측은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아 전체 공정이 중단될 정도의 차질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조선 건조 현장은 자동차 생산설비처럼 일부만 파업해도 전체가 멈추는 컨베이어시스템이 아니라 공정별로 생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조합원 대다수가 일손을 놓지 않으면 한꺼번에 생산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장기화될 경우 선박 납기 지연은 물론 한미 조선업 협력을 골자로 한 ‘마스가 프로젝트’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백호선 지부장이 지난 10일 오전 울산 조선소 내 40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백호선 지부장이 지난 10일 오전 울산 조선소 내 40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현대중 노사는 지난 7월 18일 기본급 13만 3000원(호봉승급분 3만 5000원 포함) 인상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무산된 바 있다. 애초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4만 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해 왔다.

현대중 노사는 이후 여러 차례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임금 인상 규모와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거쳐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현대중과 달리 현대자동차는 지난 6월부터 석 달 간 끌어온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9일 기본급 10만 원 인상, 성과금 450%+1580만 원, 주식 30주 지급 등을 담은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는 지난 6월 18일 상견례 이후 83일 만의 성과다. 임단협 과정에서 7년 만에 부분 파업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양 측이 한발씩 물러서며 극적 타결에 이르렀다. 이어 노조가 15일 오전부터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해 투표자 3만 6208명(투표율 85.2%) 중 과반인 52.9%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처럼 울산 양대 사업장의 노사 관계가 대조적인 국면을 맞으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HD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향방이 올 하반기 지역 경제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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