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미국서 악재겹치는데 대책은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30일 만료
현대차그룹-LG엔솔합작공장 지연
EV 배터리, SK온서 공급 받기로
HEV 수출 관세 25%…일본 15% 차이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잇따른 악재를 맞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전기차(EV) 세액공제 혜택 종료를 앞둔 시점에 미국 정부의 불법 체류 단속으로 인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 배터리공장 완공 지연이 겹친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그동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제공해왔던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오는 30일로 종료될 예정이다.
전기차 세액공제는 단순한 구매 촉진이 아니라 핵심 광물, 배터리 등 공급망 형성을 위한 대규모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 전기차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조지아주에서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공장 완공이 미 당국의 단속 여파로 지연되는 등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수요와 공급 모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양사가 43억 달러(약 6조 원)를 공동 투자한 이 공장은 내년부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셀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사태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배터리 공장 생산이 최소 2∼3개월 지연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조지아주 커머스에 있는 SK온 공장 등에서 배터리를 계속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한미 양국간 협상 지연으로 인해 관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한국에서 수출되고 있는 하이브리드(HEV) 판매량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에서 한국은 이대로 간다면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반면,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15%를 먼저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7월 무역 합의를 통해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으나 미국 내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실제 적용되진 않고 있다.
토요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가 그 틈을 타 미국 HEV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설 경우 현대차·기아는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현대차·기아의 HEV 모델은 최근 수년간 미국 시장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그렸고 올해 1∼8월에도 작년 동기보다 47.9% 증가한 19만 8807대가 팔렸다.
미국에서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3만 290달러,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3만 2850달러인데 각각 관세율 25%, 15%만큼 가격이 인상되면 스포티지(3만 7863달러)가 라브4(3만 7778달러)보다 비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관세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보다는 가격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이렇게 되면 결국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