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3라운드…또 정쟁에 그칠까
김민진 지역사회부 차장
경남 거제시의회 여야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다시 격돌할 조짐이다. 앞서 야당 반대로 연거푸 무산된 거제시 자체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이 여당 주도로 재 발의된 탓이다.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은 변광용 거제시장이 지난 4·2재선거 때 내건 대표 공약 중 하나다. 현금성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침체한 상권을 활성화하는 게 핵심이다. 수혜 대상은 거제 전 시민, 소요 예산은 470억 원 상당이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현재 500억 원 넘게 남았다. 국비 지원이나 지방채 발행 없이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제시는 애초 6월 중 조례 제정을 마무리하고 7월 추경에 사업비를 편성해 여름 휴가철 전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관련 조례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일이 꼬였다. 현재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7명, 무소속 1명 구성으로 ‘여소야대’ 형국이다.
거제시가 준비한 조례안은 5월 임시회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부결돼 본회의 상정조차 못 했다. 이에 민주당은 ‘부의 요구권’을 발동했다. 지방자치법 제81조에 따라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부결된 의안도 본회의에 부칠 수 있다. 덕분에 6월 정례회에선 상임위 심사를 건너뛰고 곧장 본회의에 부의됐다.
변 시장은 재심의를 앞두고 모든 시민에게 2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보편 지원 방침을 접고 계층별로 10~20만 원을 차등 지급하는 선별 지원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나 공약 발표 당시부터 ‘노골적인 매표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온 야당을 돌려세우긴 역부족이었다. 본회의 현장에서 조례안을 놓고 여야 간 격론이 벌어졌다. 이후 표결 끝에 찬성 7표, 반대 8표, 기권 1표가 나왔고 거제시 조례안은 폐기됐다.
그러자 여당이 다시 전면에 나섰다. 민주당 최양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은 앞선 거제시 조례안과 맥락은 동일하다. 다른 부분은 유효기간을 뒀다는 점이다. 부칙에 ‘이 조례는 2026년 6월 30일까지 효력을 가진다’고 명시해 변 시장 임기가 끝나면 자동폐기 되도록 했다. 야당에서 우려하는 지원금 남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조례안은 9일 경제관광위원회 예비 심사를 거쳐 임시회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최종 시행 여부가 판가름 난다. 하지만 여전히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결과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기권은 반대, 가부동수도 부결로 치는 만큼 통과를 위해선 야권에서 이탈 표가 나와야 한다. 설상가상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과 맞물려 ‘중복 지원’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야당 내부에서 ‘취약계층 한정 지원’ 수준의 절충안은 고려할 여지는 있다는 의견도 있어 ‘조건부 통과’는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지원금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에 시민 사회도 덩달아 갑론을박했다. 이를 두고 위기를 극복하려 준비한 지원금이 되레 분열과 위기를 자초한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이번엔 정치가 정쟁이 아닌, 아닌 희망을 주는 도구가 될지 지켜볼 노릇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