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야진용신제, 국가 무형유산 승격돼야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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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동부경남울산본부장

용신제, 11월 중 승격 재심의 앞둬
민속학 가미된 이유 설명·설득 해야
과거 4대강에서 봉행, 양산만 남아
안정적 전승·보전 위해 승격 필요해

문화유산은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 세대가 이어받을 정체성의 근간이다.

국가 무형유산은 무용·음악·놀이 등 형태는 없지만,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의 문화적 산물을 정부가 지정한다. 6월 30일 현재 종묘제례악, 북청사자놀음 등 162종이 지정돼 있다.

이들 무형유산은 ‘무형유산의 보전과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산청 무형유산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지정된다.

최근 경남도 무형유산 제19호인 ‘가야진용신제(이하 용신제)’가 국가 무형유산 승격을 위한 재심의를 앞두고 있어 지역사회 관심도 뜨겁다. 재심의는 오는 11월 중에 열린다.

용신제의 국가 무형유산 승격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산시는 2015년과 2019년 국가 무형유산 지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제례 관련 자료 부족, 국가 제례 의식과 민속학적 요소(풍물놀이 등)의 결합 근거 부족 등의 이유로 연속 고배를 마셨다.

양산시는 2023년 하반기 세 번째 도전에 나섰고, 앞서 지적된 문제를 보완했다. 이 결과 지난해 2월 승격의 첫 관문인 국가 무형유산 신규 조사 대상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어 양산시는 과거 용신제 때 사용했던 제기와 복식까지 복원해 그 어느 때보다 조선 시대 제례 의식에 근접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10월, 현장 실사에 해당하는 지정 인정 조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올해 초 무형유산위원회 전통지식분과는 ‘보류’ 결정을 내렸다. 11월 중에 열리는 재심의가 사실상 승격 여부를 가를 중요한 분수령인 셈이다.

재심의에서 용신제의 역사 가치와 학술적 의의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두 차례 승격 실패 원인이었던 국가 제례 의식에 가미된 민속학적 요소가 ‘용신제의 명맥’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시대적 상황이라는 점을 위원 한 명, 한 명에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일제 강점기 때 용신제가 금지됐지만, 지역민이 밤중에 제단을 옮겨가면서 제를 올리는 식으로 명맥을 이었다. 근래에는 전승·보존을 위해 시제와 용신제에 기우제를 통합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행사로 발전시켰다.

이는 전통이 단절되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결합이었다. 다시 말해 용신제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고, 시대적 여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위원들 역시 마을 사람들이 용신제 전승·보전을 위해 민속학적 요소가 가미됐으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해 재심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용신제는 삼국시대부터 조선 말까지 이어진 국가 제례로 중사에 해당할 만큼 국가적 의례였다. 용신에게 뱃길의 안전과 나라의 태평을 기원하던 행사인 동시에 농경 사회의 생존을 좌우하던 물관리와도 직결됐다.

예로부터 용을 ‘미르’라 부르며 비와 물을 다스리는 존재로 여겨졌다. 물관리가 곧 농사의 성패를 좌우했던 수도작 문화권에서 뿌리 깊은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용신제는 뱃길을 위한 제례에 머물지 않고, 국가와 농경사회를 함께 지탱한 종합적 의례였다.

과거에는 낙동강 가야진을 비롯해 흥해(동), 공주(서), 한강(북) 등 4대 강 유역에서 모두 행해졌으나 오늘날 온전히 전승·보존된 것은 가야진용신제뿐이다. 이 때문에 학술 가치와 역사적 희소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용신제가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화유산으로 승격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승격이 되면 이는 단순히 국가 무형유산 한 종목이 늘어나는 차원을 넘어 낙동강 뱃길 복원 사업과 수변공원 활성화 등 양산시가 추진 중인 관광 자원화 전략에도 큰 힘을 싣게 된다.

나동연 양산시장의 핵심 공약과도 맞닿아 있어 침체된 지역 경제 회복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시에 양산시가 ‘문화유산의 고장’으로서 위상을 높이는 계기도 될 것이다.

무형유산은 전승이 곧 생명이다. 유물은 보존만으로 그대로 남는다. 그러나 무형유산은 반드시 사람을 통해 이어져야만 맥이 끊기지 않고 살아있을 수 있다.

용신제의 국가 무형유산 승격은 안정적인 전승·보존 환경 마련과 함께 양산의 정체성, 더 나아가 우리 모두 역사적 뿌리를 지켜내는 문제다. 삼국시대 낙동강 물길을 타고 1300년 이상 이어진 역사의 제의가 오늘날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용신제의 국가 무형유산 승격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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