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노란봉투법과 마스가의 이름값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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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 사회부 기자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름’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이름을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로 정의한다. 이름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름을 잘 짓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부르기 쉬워야 하고 의미도 잘 담아야 한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다른 것과 구별하고 구별되는 것을 넘어 기억에 남으면 잘 지은 이름으로 인식한다. ‘이름값 한다’는 말은 최고의 칭찬 중 하나다.

지난 22일 국회에서 노동자의 권리 신장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됐다. ‘노란봉투법’이다.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사태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배상액 청구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작은 성금을 전달하기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한 법인만큼 노동자들의 권익에 영향을 끼친 한 사건이 법의 이름이 됐다. 법의 유래, 의미를 곱씹어본다면 다른 것과 구별되고 기억에도 남는다. 연일 노란봉투법을 다루는 뉴스가 쏟아지면서 노란봉투법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이달 초 미국과 우리나라의 관세 협상의 키워드 ‘MASGA(마스가)’.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미국 조선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의미의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다. 미국 조선소에 우리 조선 기업들이 투자하고 미국 해군 경비함 등의 건조에도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구호인 ‘MAGA(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변형이다.

관세 전쟁 속에서 정부의 조선업 투자 의지가 5글자의 알파벳에 담겼다. 다른 나라와 구별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였다. 자신의 대선 캠페인 구호를 차용한 재치에 트럼프도 엄지를 치켜들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마스가는 수조 원의 관세 폭탄을 막았다.

노란봉투법과 마스가. 우리나라 노동계, 산업계 전반의 대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제대로 이름값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진정한 노동자 권익 신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업계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등 경제 6단체는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후 바로 입장문을 배포해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고, 불법 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노란봉투법이 통과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으로 외국 투자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개월의 유예 기간 동안 노사정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법은 도구일 뿐이다. 법이 현실에서 적용돼 우리 사회의 노동자 권익 신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치열한 논의와 고민이 필요하다.

대대적인 조선업 투자를 약속한 마스가의 투자 방식이 자칫 우리나라가 미국에 퍼주는 형태의 투자여서는 안 된다. 미국 선박을 외국에서 건조하는 시대를 마스가가 처음 연다면 K-조선과 부울경의 조선 산업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후대가 2025년 8월을 우리 사회, 산업 발전의 변곡점으로 떠올리길 바란다. 노란봉투법과 마스가를 기억하길 바란다. 이름은 잘 지었다. 이름값을 할 차례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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