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여름에 갈 실내여행지는?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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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이프부 선임기자

지난해 9월이었다. 경북 청송군 청송정원에 백일홍 수십만 송이가 화사하게 피었다는 블로그 글을 읽고 단숨에 달려갔다. 직접 살펴본 청송정원의 풍경은 블로그 글 그대로였다. 딱 한 가지만 달랐다. 햇빛을 가려주는 우산을 쓰고도 10분 이상 걸을 수 없는 뜨거운 태양이 바로 그것이었다.

2013년 처음 여행 담당 기자가 됐을 때만 해도 7~8월 여행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런데 불과 3~4년 전부터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7~8월, 아니 6월과 9월에도 야외 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용기를 낼 수 없는 일이다.

여행 출장을 갔다가 자동차 온도계가 40도를 오르내리는 것을 보고서도 차문을 열고 야외에서 서너 시간 걸어 다닐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덥더라도 글자 그대로 ‘더운’ 정도면 참을 수 있지만 ‘찌는 듯 덥거나’ ‘타는 듯 뜨거운’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

여행 기사는 써야 하니 출장을 갈 수밖에 없는데, 너무 무더워 야외에서 걸어 다닐 수는 없으니 방법은 실내뿐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여름이 되면 미술관, 박물관 같은 실내공간을 주로 보러 다닌다.

다음 여행지를 고르려고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고 휴대폰, 컴퓨터로 검색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갈증’이다. 부산, 경남, 경북 등에는 한마디로 여름에 갈 만한 실내여행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내여행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콘텐츠가 너무 허술하거나 미비해서 실제로 가보면 시간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민간에서 투자해 크고 작은 실내여행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입장료가 너무 비싸 한두 군데만 둘러봐도 4~5만 원은 쉽게 넘어가는 게 문제다.

국공립 미술관, 박물관 같은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사전에 자료를 모으다보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는 기사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돈을 어떻게 썼기에’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그런 시설을 볼 때마다 화가, 소설가, 시인 같은 지역 예술가를 초빙해서 ‘예술의 상상력’을 불어넣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거의 10년 만에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런 박물관이 있다니! 정말 신비한 것이 마치 1000년 전 신라로 되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큰돈을 들인 것 같지는 않았다. 10년 전과 같은 유물을 보여주면서 전시 공간, 전시 형태, 조명 등에 변화를 준 게 전부처럼 보였다. 이것이 바로 상상력의 발현 아닐까.


남태우 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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