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손절’ 못하는 국민의힘… 징계 결정 연기
윤리위 징계 절차 착수…14일 결론 가능성
“죄질 엄중” 당 지도부 비판에도
김문수·장동혁 등 “징계 동의 어려워”
국민의힘이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난동을 부린 극우 성향 유튜버 전한길 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전당대회 출입금지 조치에 이어 실제 징계로 이어질지 주목되지만,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를 포함한 당내 반발로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11일 오전 회의를 열어 전 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전 씨에게 서면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르면 14일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당초 이날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소명 절차 등을 이유로 최종 결정은 미뤄졌다. 윤리위는 오는 14일 회의에서 전 씨가 출석하면 직접 소명을 듣고, 불참할 경우 서면 자료를 토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회의 이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씨가 전당대회에서 배신자라고 소리치고, 자기가 지지하는 분에게 박수쳤다는 보도가 있다”며 “민주적 정당이라면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지만, 이번 행동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받았다. 징계를 개시할 만한 사유는 된다”고 밝혔다.
지도부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전당대회는 300만 당원 모두의 축제의 장”이라며 “이런 자리에서 함부로 소란을 피우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선동행위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전 씨가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 야유와 고함을 선동했다”며 “죄질이 매우 엄중하다”고 비판했다. 지도부는 12일 국회 원내대책회의를 취소하고 부산으로 이동해 현장 비대위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전 씨에 대한 징계 결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에 이어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전 씨가 참여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옹호 발언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당 대표 후보는 전날 TV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징계가 능사가 아니다”고 했고, 장동혁 대표 후보는 페이스북에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4명도 전 씨가 참여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했다. 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 후보는 전한길·고성국 등이 진행하는 ‘자유우파 유튜브 연합 100분 토론회’에서 지도부의 징계와 출입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문수·장동혁 후보에 이어,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절반도 전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에 출연한 셈이다.
토론회에서 전 씨의 전당대회 출입금지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묻자, 김재원 후보는 “전한길 선생님이 언론인 자격으로 전당대회를 취재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그걸 출입 금지하는 건 일종의 보복 조치”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근식 후보가 의도적으로 도발한 거니까 김 후보에 대해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고, 전 선생님의 징계 중단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김태우 후보는 “전한길 선생님은 적절한 정도의 얘기를 했을 뿐이고, 방청객 호응이 컸을 뿐”이라고 두둔했다. 손범규 후보는 “극우나 내란 정당은 민주당이 만든 프레임”이라며 “전한길 선생님은 보수를 사랑하고 국민의힘이 잘됐으면 하는 분인데, 인기가 많다 보니 내부에서도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 씨가 이날 토론회에서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를 포함한 향후 전당대회 일정에도 참석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의 출입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에서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내에서는 징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전 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지 의사를 밝힌 만큼 윤리위가 징계를 강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