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지역 '전세 매물' 씨가 마른다
5일 기준 물량 4892개 '품귀'
2년 반 만에 1/4 수준으로 급감
전셋값 오름세 '대란' 위기감
부산 지역 전세 매물이 5000개 아래로 떨어지며 2년 반 만에 전세 물량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하락을 지속하지만, 수영구와 해운대구 등을 중심으로 전세 품귀 현상이 빚어지며 전셋값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지역 내에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신축 공급은 부족해 이르면 올가을 이사철부터 전세난이 우려된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산 지역 부동산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4892개로 지난해 9610개에 비해 49%가량 감소했다. 전세 매물이 5000개 아래로 떨어진 건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22년 8월 이후 처음이다. 2023년 1월의 경우 부산에서 전세 매물로 1만 9008개가 등록될 정도였으니 고점과 비교하면 2년 반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수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8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신축 아파트에도 전세 물건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 아파트 매매 가격과 달리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부산의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6% 상승했다. 3월 넷째 주(0.01%) 이후 5개월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기간 6월 둘째 주 한 차례 하락(-0.01%) 이외에는 모두 가격이 올랐다.
특히 수영구는 지난달 내내 0.15~0.27%로 매주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학군이 우수해 전세 수요가 많고, 강남 3구로 묶이는 서울 송파구 수준의 상승세였다. 해운대구(0.08~0.11%)와 남구(0.03~0.19%) 등 지역 상급지로 손꼽히는 지역들도 전셋값은 뛰고 있다.
전셋값이 널뛰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매와 달리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부산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은 9110세대로 지난해 1만 5144세대와 비교해 39.8% 감소했다.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입주 물량이 최저치다.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아 소위 ‘해수남동’으로 불리는 해운대구와 수영구, 동래구, 남구 등은 올해 입주 물량이 한 건도 없다. 수영구와 동래구 등은 내년까지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없다. 올 하반기로 좁히면 886세대 규모의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린이 입주를 시작하는 것 외에는 굵직한 신축 아파트 입주를 찾기 어렵다.
전세계약갱신청구권이 보편화하면서 임차인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상황도 전세 물량 부족에 한몫한다. 전체 전월세 계약에서 갱신 계약이 40% 이상을 차지하다 보니, 매물이 갱신으로 사라지면서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지인 정민하 대표는 “현재 부산 평균 전세가율은 약 63%로 집계된다”면서 “전세가율이 높을 때는 70% 정도까지 올라가니, 앞으로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