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명 사망 포스코, 안전TF 가동 나흘 만에 또 인명사고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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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이앤씨 공사장 감전사고
미얀마 국적 30대 1명 의식불명
노조 “TF 구성, 발표에만 바빠”
현장 노동자 의견 반영·실행 강조

그룹 사업장 여러 곳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포스코그룹의 장인화 회장. 연합뉴스 그룹 사업장 여러 곳에서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포스코그룹의 장인화 회장. 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가 잇따른 사망 사고에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전 현장의 작업을 중단했지만 재개 첫날 다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그룹안전특별진단태스크포스(TF)’ 출범을 알린 지 나흘 만으로 “재해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겠다”는 선언이 무색하게 됐다. 노동조합은 TF 출범을 두고 “정부 보여주기일 뿐이고 노동자들에게 ‘회사를 안전하게 해주겠다’는 메시지는 없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4분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경기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30대 남성 근로자 A 씨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A 씨가 심정지 증세를 보여 의식 불명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 정희민 대표이사가 잇따른 사망 사고에 사과문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안전 점검을 위해 모든 현장 작업을 일시 중단했는데,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해 이날부터 작업을 재개했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올 들어 5명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달 31일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해 회장 직속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포스코그룹은 “발생한 사고에 대해 결과 중심 사고로 어쩔 수 없다는 접근보다는 재해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데 회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사망사고를 두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에 나온 조치다. 지난해 취임한 장인화 회장 체제에서 올해에만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4명, 광양제철소에서 1명 등 그룹 전체에서 최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에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사망 사고와 관련해 안전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장 회장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논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TF 출범을 발표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노조는 회사 측이 고용노동부 장관과 정치권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TF 구성’을 보고한 것이 ‘거짓 안전대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성호 위원장은 4일 “이재명 정부가 얘기하니까 급하게 TF를 하겠다고 한 것뿐이지 노조를 찾아온 적이 없다”며 “정부 보여주기일 뿐이고 노동자들에게 ‘회사를 안전하게 해주겠다’는 메시지는 없다”며 분노를 나타냈다. 이어 “지금의 안전 프로세스는 복잡하고 일이 많아 오히려 조합원들이 지칠 대로 지쳤다”며 “문서와 형식에 휘둘렸지만, 안전사고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장인화 회장 행보를 향해선 “유감스럽다. 회피하지 말고 머릿속에 노동자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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