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동물원 운영 정상화 추진’ 입장, 현실화까지는 먼 길
삼정더파크 일부 파기환송 영향
대법원, 삼정 패소 원심 뒤집어
시, 협약 따라 매수 가능성 커져
“500억 매매대금 확정 어려워”
동물원 정상화까지 시일 걸릴 듯
구속 중 경영진과 협의도 한계
시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부산 유일의 동물원인 '삼정더파크'를 부산시가 과거 협약에 따라 매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매매대금 소송의 쟁점이던 동물원 내 민간인 '사권(토지 소유권)' 존재 여부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을 깨는 판결을 내린 여파다. 부산시는 "추가적으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소송과 무관하게 동물원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삼정기업 측 케이비부동산신탁이 부산시에 제기한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18일 원고가 패소한 원심 판결 중 ‘예비적 청구’ 부분을 기각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삼정기업은 동물원 삼정더파크의 운영사다.
재판부는 “A 씨와 삼정기업 측 구분 소유적 공유 관계가 인정돼 분할 등기가 이뤄지면 해당 토지는 ‘사권이 설정된 재산’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가 있다”며 “원심은 해당 부분을 심리하고 판단하지 않았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삼정기업 측은 항소심에서 '부산시는 협약에 따른 삼정기업 측 매수요청을 승낙할 의무가 있고, 그에 따라 매매대금 500억 원과 지연 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예비적 청구'에 담았다.
향후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는 ‘예비적 청구’ 부분에 대한 심리가 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정기업 회생 사건을 맡은 법률사무소 단금 김덕교 변호사는 “대법원이 구분 소유적 공유관계가 인정되는지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전날 다른 대법원 판결에서 공유물분할 판결이 확정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분할 등기가 이뤄지면 동물원 부지가 더 이상 ‘사권이 설정된 재산’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산시가 매매 계약에 응해야 할 가능성이 높지만, 매매대금 지급을 하더라도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면 500억 원으로 확정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2020년부터 부산시와 삼정기업이 지속한 소송은 이번 대법원 판결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정작 동물원 운영을 정상화하기까지 시일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파기환송심과 경우에 따라 재상고심 재판이 예상된다. 향후 매매대금 규모를 두고 재판이 길어질 수 있어, 조속한 동물원 재개장을 위해서는 양측의 협의 또는 결단이 필요할 전망이다.
부산시는 소송과 별개로 동물원 운영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정기업 경영진이 구속 상태라 당장 실질적 협의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양측은 지난 5월 재개장 관련 논의를 진행했지만, 경영진 구속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삼정기업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시는 1억 6000만 원을 동물 먹이비로 지원하고 있다.
부산시 공원여가정책과 관계자는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해 현재로서 향후 계획에 즉답하긴 어렵다”면서도 “부산시는 동물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부산시가 직접 운영을 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부산에 유일했던 동물원이 표류한 역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10월 성지곡 동물원이 폐업한 후 시행사인 ‘(주)더파크’가 재개장을 추진했으나, 시공사 부도와 설계 변경 등으로 난항을 겪다 2010년 공사가 중단됐다.
부산시는 좌초하던 동물원 조성 사업 정상화를 위해 2012년 삼정더파크와 3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삼정이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 1년 이내로 동물원을 준공하고, 3년 안에 운영사 요청이 있을 때 부산시가 최대 500억 원을 지급해 동물원을 인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삼정기업은 재정비를 거쳐 2014년 '삼정더파크' 동물원을 개장했고, 2020년까지 적자를 보며 6년간 운영했다. 삼정기업 측은 2012년 맺은 협약을 근거로 부산시에 동물원 매수를 요구했지만, 부산시는 부지 내 사권 설정 등을 근거로 매수를 거부했다. 삼정기업은 부산시를 상대로 500억 원 매매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5년 만인 지난 18일 대법원에서 일부 파기환송 판결이 나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