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5월 만료…피해자 3만 명 육박, 특별법 연장 시급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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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000명 피해…계속 터지는 전세사기
68%만 피해자 인정…사각지대 개선 필요
솜방망이 처벌…전세사기범 처벌 강화 여론
국회 국토소위, 5개월 만에 법안심사 재개
‘기한연장’ 법안 심의…국토부도 ‘기한 연장’ 동의

지난달 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연장과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일 서울 국회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연장과 추가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년 한시법인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세사기 특별법) 유효기간이 오는 5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어서 지금까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세종·대구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사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특별법 연장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제때 통과되지 않으면 피해자 구제에 적잖은 차질이 우려된다.

13일 국토교통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위원회는 오는 16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는 전세사기 특별법 기한을 짧게는 1년, 길게는 4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 9건이 상정돼 있다. 각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특별법 기한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여야 논의를 거쳐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6·3 대선’ 정국을 앞두고 때를 놓치면 피해 구제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발생한 조직적, 집단적 사기 피해를 일시적으로 구제하려는 현행법 제정의 취지, 유효기간 연장에 따라 특별법이 일반법화될 우려 등을 고려해 유효기간 연장 기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기한 연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기한 연장이 가시화된 것은 오는 5월 31일 특별법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도 매월 1000명 안팎의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1일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지난달까지 총 2만 8666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선 1월 898명, 2월 1182명, 3월엔 873명의 피해자 결정이 있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동작구 아트하우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가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법원의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채권 비면책 결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동작구 아트하우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가 공동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법원의 전세사기 피해자 보증금 채권 비면책 결정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 전세사기 피해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서울 동작구에서 일가족이 조직적으로 벌인 전세사기로 사회초년생 등 청년 75명이 피해를 봤다. 이들의 전세보증금은 66억 원에 이른다. 2월에는 세종에서 200억 원대, 3월에는 대구에서 22억 원대 전세사기가 발생했다.

피해자 단체는 특별법을 최소 2년간 연장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전세 갱신계약 만료 때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기간이다.

그동안 정부도 보완책을 꾸준히 내놨지만, 사각지대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특별법 시행 이후 2년 가까이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는 피해자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 4만 1000여 건이 들어왔으나 이 가운데 2만 8000여 건(68%)이 받아들여졌다. 특별법상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7000여 건, 17%는 부결됐다. 또 전세 보증에 가입해 보증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거나 경·공매 완료 이후 2년이 지난 피해자로 확인된 3800여 건(9%)은 피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상미 전세사기 전국대책위 위원장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특별법마저 없어진다면 수많은 피해자가 또다시 사지로 내몰리게 된다”며 “아직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고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례도 너무 많다. 특별법 연장 논의를 심도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전세사기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요구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아파트·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해 ‘건축왕’으로 불린 전세사기범 남 모(63) 씨는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사기 범죄 최고형은 징역 15년이지만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남 씨 일당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은 2023년 2∼5월 잇따라 숨졌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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